우리나라 사람은 상대방의 이름을 무척 존경해주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명칭(名稱)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준다. 해방후에는 '가정부(家政婦)'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는 집안에서 허드렛일을 해주는 여자를 가르키는 말이었다.
조선사회에서는 노인을 존경해주는 의미에서 성씨(姓氏) 뒤에다 할아버지 '옹(翁)'자를 붙여서 불러주었다. 여자 노인에게는 할머니 '파(婆)'자를 붙여서 '노파(老婆)'라고 불렀다. 임진왜란 때 명(明)나라의 수군(水軍) 사령관이었던 진도독(陳都督)은 이순신 장군의 용병술에 탄복한 나머지 자기보다 어린 이순신 장군을 가르켜 '이노옹(李老翁)'하고 존대해 불렀다고 한다.
한 때 집안에서 부엌일을 주로 하는 여자를 가르켜 '식모(食母)'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식모'라는 이름은 상대방을 비하하는 비칭(卑稱)은 결코 아니다. 어머니가 하는 일을 나누어서 분업한다는 뜻에서 '어미모(母)'자를 붙인 것이다. 한 때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을 '소사(小使)'라고 부른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상대를 낮게 비하한 비칭(卑稱)이 아니다.
나라의 큰 일을 맡아서 외국에 파견되는 사람을 대사(大使)라고 불렀던 것과 비교해보면 '소사'란 말은 작은 일을 하는 사람을 가르킬뿐 비칭(卑稱)은 아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에 따른 직업 명칭에도 급격한 변화가 뒤따랐다. 멸시감이나 위화감을 주는 직업 명칭에도 당연히 변화를 겪게 되었다.
예를 들면, 청소원이 '환경 미화원'으로 바뀌었고 면도사가 '이용 보조원'으로, 목욕탕의 때밀이가 '욕실 봉사원'으로, 골프장에서 캐디가 '경기 보조원'으로, 사환이 '사무 보조원'으로, 정비공이 '정비원'으로 바뀌었다. 가정부도 '가사 보조원'으로, 간호 보조원도 '조무사'로 바뀌었다.
특히 '원(員)'자를 붙이기 좋아하는 이유는 옛날 조선사회에서 고을의 수장을 '원님'이라고 불렀던데서 기인된다고 본다. 신분사회가 무너진 우리사회는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직업을 존중해주는 직업 명칭에 인색하지 않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