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일부 교차로에 마련된 '자전거 횡단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 상당수가 자전거 횡단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자전거 이용자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로 건너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횡단도는 자전거가 일반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한 안전표지로써 황단보도의 일부분이다.
25일 전주시 덕진동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에는 횡단보도 옆으로 자전거 횡단도가 있지만 노면에 자전거 통행을 알리는 그림이나 표지판은 없었고 흰색 실선만 그려져 있었다. 자전거 이용자 역시 이를 모른 채 자전거를 타고 일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또 전주시내 대부분 교차로에는 자전거 횡단도가 없었으며 자전거 횡단도가 있는 곳 역시 흰색 실선만 그려진 채 별도의 표시가 없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전거에서 내려 이를 끌고 가야 한다.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보행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자전거 이용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박모씨(47·전주시 효자동)는 "자전거 횡단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건너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자전거를 타고 건널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주시 평화동에 사는 박모씨(52) 역시 "솔직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으면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넌다"면서 "대부분의 횡단보도에는 자전거 횡단도가 없고 횡단도가 있어도 이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자치단체에서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자전거타기 생활화'를 구호로 내건 일선 시군에서는 자전거 횡단도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어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내에는 완전하게 도색까지 이뤄진 자전거 횡단도는 없고 횡단보도 한 쪽으로 흰색 실선만 그려져 있는 곳이 있지만 현황파악은 힘들다"면서 "최근 자전거 횡단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예산이 없어 확대하지 못하고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자전거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해 자전거 횡단도를 설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