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으로 쳤어?"
"응 8번 쳤는데 짧네."
"그래, 그러면 나는 7번으로 쳐볼까…"
아마추어들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선수들에게는 클럽번호를 묻거나 알려주는 것이 금기다. 골프규칙 8조 1항에 따르면 어드바이스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2벌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산 베어리버에서 훈련 중인 젊은 선수들은 서로 상의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합숙훈련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대표 남자 선수들이다. 6월 대만에서 열리는 네이버스컵 대회, 8월 피지에서 노무라컵 대회 등을 앞두고 있다.
국가대표 골프선수는 남자 6명, 여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1년에 75일을 합숙훈련한다. 아시안게임 등 큰 경기가 있는 해에는 연간 150일을 함께 지낸다. 계절의 여왕으로 가장 운동하기 좋은 5월에 이들이 익산 웅포에 있는 베어리버골프장을 선택한 것은 골프장 측의 배려에 따른 것이다. 대개는 대회가 예정된 경기장을 찾아가 합숙훈련을 한다. 곽유현 국가대표 감독이 이 골프장에 부속된 베어리버 골프아카데미 원장이라는 점도 웅포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웅포 골프장의 장점은 일반적인 골프장에 비해 거리가 길고(7777야드) 벙커와 퍼팅그린 등 충분한 연습시설을 갖췄다는 점이다. 연습장 시설만도 4만평 규모이다. 김시우군(육민관고1)은 "연습장이나 코스, 그린 모두 만족할 만큼 관리가 잘 돼 있다. 눈치보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맘껏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시우군이 얼마전 끝난 SK텔레콤배에서 5언더파로 '최경주 선수보다도' 좋은 성적을 냈다.
광저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재혁군(이포고 3)은 "감독님이 직접 홀에 넣을 때까지 연습하라고 해서 비오는 날 2시간동안 벙커연습을 했다. 모래상태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수민(육민관고3)은 "재혁이가 벙신(벙커의 신)이 됐다"고 거들었다. 5월 매경오픈에서 5언더파를 친 수민이는 "거리가 길어서 펑펑 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적인 골프 강국이다. 대부분의 LPGA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이 우승을 다투거나 톱10에 이름을 올린다. PGA에서도 최경주, 양용은을 필두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진출이 점차 늘고 있다.
골프강국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은 학생 등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우리나라 아마추어는 이미 세계에서도 수준급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4개를 모두 우리나라가 휩쓸었다. 각종 국내 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을 차지하거나 우승을 넘보는 것도 이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18일 이 곳에 온 국가대표 선수들도 28일까지 머물며 챔피언의 꿈을 다듬는다. 매일 아침 5시쯤 일어나서 몸을 풀고 7시쯤이면 티잉 그라운드 박스에 선다. 실전감각을 익히는 훈련이다. 오후에는 숏게임과 벙커연습 등 단체 훈련을 실시하고, 저녁에는 개인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 등 선호훈련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