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신정일씨(57)는 자신이 30년간 전국 방방곡곡 수십만 ㎞를 두 발로 답사해온 결과물 '新(신)택리지'(타임북스 펴냄) 아홉 권을 최근 완간했다.
9권 '우리 산하'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 그는 "너무 무거운 것을 들고 오래 있었는데 짐을 내려놨다는 생각에 후련하다"며 "한편으로는 북한을 더 많이 걸어다니지 못해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권 '살고 싶은 곳'으로 출발한 '新택리지'는 전라도, 경상도, 서울ㆍ경기도, 충청도, 북한, 제주도, 강원도에 이어 '우리 산하'로 이어졌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교본 삼아 역사와 인물을 통해 우리 국토의 속살을 생생하게 전하는 인문지리서로, 2006년 다섯 권으로 완간했던 '다시 쓰는 택리지'에 비해 분량이 두 배 이상 늘었고 내용도 많이 보강됐다.
"1970년대 말에 '택리지'를 접하고 우리 국토를 내 발로 걸으며 보고 싶다는 생각에 1985년에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만들어 도보 답사를 처음 시작했"다"는 그는 "이중환 선생이 당시 여건 때문에 걸어가서 보지 못한 곳까지 마치 이 잡듯이 다녔고, 당시에는 참고할 수 없었던 국내외의 수많은 자료를 섭렵해 참고했"다"고 전했다.
전남 해남에서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대로, 부산 동래에서 남대문까지의 영남대로, 동서를 관통하는 관동대로 등 각각 천리에 달하는 옛길을 모두 두 발로 정복한 것이다.
"가장 많을때는 하루에 65㎞도 걸었"다"는 그는 " 요즘은 튼튼한 등산화를 신는데 1년이면 밑창과 윗부분까지 다 닳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발이 닳을수록 국토와 사람, 자연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습이 많이 변한 옛길을 걸으며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수 밖에 없다.
"개발을 통해 옛길이 신작로가 되고, 신작로가 고속도로, 국도가 되면서 옛길은 흔적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남대로나 영남대로처럼 역사가 살아있는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옛길이 복원됐으면 합니다."
'우리땅 걷기모임'의 대표로 요즘도 주말마다 걷기 여행에 나서고 있는 신씨는 최근 몇 년새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이 반갑기만하다.
"걷기가 유행하면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아야할 정도로 걷기는 건강에 좋습니다. 국토의 아름다운 면도 많이 볼 수가 있고요. 요새는 사람들이 집값이나 교육을 생각해서 살 곳을 결정하는데, 국토를 다니다보면 '살고 싶은 곳'에 대한 생각도 바뀔 것 같습니다."
다작으로도 유명한 신씨는 '신택리지'를 탈고한 데 이어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을 다음 달 출간하는 것을 끝으로 '택리지'와의 인연은 일단락할 계획이다.
다음에는 "인생을 소신껏 재미나게 살았던 인물들을 다룬 감성적인 책을 선보이겠다"고 귀띔했다.
각권 400-480쪽. 각권 1만8천-1만9천원. 세트 1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