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시작하자마자 무너졌다.
30일 오전 10시 경남 진주동명고 체육관.
전주근영중(교장 심규인)과 경기 원곡중의 '제40회 전국소년체전' 여중부 배구 준결승. 사실상 결승전이라 불린 이 경기에서 근영중은 상대 서브를 연거푸 놓쳤다. 자중지란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관중석에서 전북도 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위원장 조소자) 위원 20여 명이 미키마우스 모양 형광 도구를 흔들며 손자뻘인 근영중 선수들을 응원했다. 근영중 양남준 체육교사(47)는 경기 내내 선 채로 선수들을 향해 "(서브 전) 호흡하고!", "움직여!", "웃으면서 해!"라고 외쳤다.
등번호 3번 이다영(3학년)이 공을 토스하고, 1번 이재영(3학년)이 반대 코트에 스파이크를 꽂았다. 1-8. 첫 득점이었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이다영과 이재영이 공격의 물꼬를 튼 것. '5분 언니' 재영이 센터(center), 다영은 세터(setter)다. 아버지가 익산시청 육상팀 이주영 감독(48)이다.
공은 둥글었다. 근영중(감독 이재필)이 주도권을 잡자 경기 분위기가 반전됐다. 근영중은 점수 차를 14-15, 1점 차로 좁혔다. 21-20으로 역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1세트는 24-26으로 원곡중에 내주고 말았다.
2세트는 근영중의 독무대였다. 1세트 초반 기세등등했던 원곡중은 2세트에선 우왕좌왕했다. 리시브(receive)는 불안했고, 공격은 근영중의 블로킹(blocking)에 막히기 일쑤였다. 근영중은 2세트를 25-10으로 가져 갔다. 파죽지세였다.
세트 스코어 1-1 상황에서 맞은 3세트. 첫 흐름은 원곡중이 이끌었다. 근영중은 3-6으로 끌려 갔다. 1세트의 재현이었다. 근영중이 반격했다. 9-10까지 악착같이 쫓았다. 거기까지였다. 회심의 공격은 번번이 원곡중 수비에 막혔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근영중은 결국 9-15로 3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1-2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