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국내 주요 중소기업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4만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 같은 새로운 기업이 나와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소기업인이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소기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굳이 대통령의 주문을 빌리지 않아도 강소기업은 한국경제의 엄연한 화두가 됐다.
중소기업은 산업의 허리다. 국내는 물론 도내 중소기업 종사자는 전체 기업 종사자의 80% 이상으로,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신규일자리의 96%가 중소기업에서 창출된 반면 지난 10여년간 대기업의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협력업체로 머물면서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강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히든챔피언' 또는 '스몰자이언츠'로도 불리는 강소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일컫는다. 강소기업은 단순히 내수시장 위주의 중견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수출로 채우는 등 강력한 글로벌 동인을 보유하고 있다. 강소기업들은 한결같이 경쟁자들이 두려워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전략혁신 유전자'를 품고 있다.
강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이스타항공그룹의 자회사인 ㈜삼양감속기를 들수 있다. 지난 1967년 설립된 삼양감속기는 국내 감속기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모터의 회전속도를 줄여 동력을 높여주는 기어장치인 감속기는 모든 산업의 필수장비로 꼽힌다. 지난 2009년 562억원의 매출에 순이익 21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차기사업인 풍력과 태양광을 등에 업고 2020년에는 매출 2조원의 '글로벌 니치기업(틈새시장 진출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그룹은 김제출신인 이상직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삼양감속기는 인천 남동공단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 사정이 다르다. 전북지역으로 눈을 돌릴땐, 삼양감속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소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농경중심사회에서 벗어나 이제서야 산업화의 기지개를 켠 전북경제의 엄연한 현실인 셈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도내 무역업체수는 1422곳. 이 가운데 1억달러 이상 규모인 업체수는 16곳(수출액비중 73.8%), 1000만달러 이상~1억달러 미만인 업체수도 58곳(수출액비중 19.8%)에 불과하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견줄땐 질적으로, 양적으로 명함조차 내밀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은 백지상태인 만큼 꼼꼼한 설계와 사전기획을 앞세워 전북을 중소기업, 나아가 강소기업의 화수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에 비해 매출규모나 기술력은 부족하겠지만, 전북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준(準)스몰자이언츠를 발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전북도가 주도하고 있는 선도기업이 '전북 강소기업'에 가장 근접해 있다. 전북도는 지난 2009년부터 자동차기계부품, RFT(방사선융합기술) 및 신재생에너지, 생물산업 등 전략산업 클러스터를 주도할 선도기업 31곳을 선정, 집중육성하고 있다. 특히 전북테크노파크 등 15개 기업지원기관으로 구성된 '선도기업육성협의회'가 구심점으로, 전북도는 2014년까지 9대 클러스터를 완성할 100개의 핵심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통상 기업의 10년 생존확률은 20%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벤처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더욱 힘들고, 강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바늘구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혁신, 기술투자, 경영철학 등 기업자체의 노력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수평적 상호 협력적 관계의 정착,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강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소기업이 전북경제를 살리고 전북발전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지를 당분간 지켜봐야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