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국선열 앞에 고개 들 수 있겠나

오늘 제56회 현충일을 맞는다. 도내 곳곳에선 추념행사가 준비돼 있다. 원래 이날은 순국선열들의 얼을 기리고 추모하는 날이다. 올해는 더 나아가 호국·안보의식을 다시 철저히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6월은 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꽃다운 청춘과 고귀한 생명을 바쳐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이 쉽게 잊혀지는 현실이 착잡하다.

 

매년 맞는 현충일이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간 북한의 무력도발 위험은 상존해 왔다.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는 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 간 비밀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등 한반도 및 국제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강수(强手)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현충일이 점점 잊혀가는 추모일이 돼간다는 게 부인하기 힘들다. 우리가 이날을 또 하나의 공휴일 정도로 생각하고 습관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태극기 게양도 게을리 하는 세태다. 행락을 위해 나서는 인파들로 도로가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일부 현역 초급간부와 사병들의 인터넷 친북·종북 활동의 언론보도는 충격적인 일이다. 휴전상태가 반세기 넘도록 지속되면서 전쟁의 실상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순국선열 앞에 고개를 들기 어렵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제복의 사나이들이 뿌린 피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순국선열과 정신적으로 소통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신념을 재확인하고 그 유지를 받들어 국가발전에 헌신할 것을 다짐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이벤트 애국이 아닌 진정한 능동적, 헌신적 애국심을 다져야 한다.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기념관 돌벽에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자유는 생명과 피로써 지켜낼 의지가 있는 국민에게만 허용한다는 진리의 웅변이다. 안보를 튼튼히 굳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보답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오늘 하루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묵념을 올리는 의례에 그쳐선 안 된다. 주변의 유족들에게 관심과 배려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