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생긴 공식인지 알 수 없지만 여름이면 무서운 영화들이 극장 자리를 차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들이 개봉을 시작했고, 이번 주는 무려 세 편이 극장가를 찾았다. 무더운 날씨 대신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청 예보를 들었지만 오히려 잘 되지 않았나. 비 오는 후텁지근한 여름날과 공포영화는 천생연분이다.
▲ 스크림4G(공포, 미스터리/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기괴한, 하지만 조금은 깜찍한(?)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죽이는 영화 '스크림'. 1996년 첫 편이 나왔으니 오래되기도 오랜 된 공포 영화의 클래식이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유치하지 않은 이상한 매력이 있는 영화가 또 '스크림'이 아닐까 싶다. 1997년 '스크림' 2편과 2000년 3편에 이어 12년 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 영화는 고향을 떠났던 시드니(니브 캠벨)가 우즈부로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작가가 된 그녀가 출판기념 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고향을 찾은 것. 하지만 주인공의 복귀와 함께 고스트페이스가 나타난다. 끔찍한 살인이 다시 반복되고, 시드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데. 시드니의 옛 친구이자 지금은 결혼한 게일(커트니 콕스)과 듀이(데이빗 아퀘트), 사촌인 질(엠마 로버츠)을 비롯해 우즈보로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스크림'은 공포영화계의 선두주자이자 새로운 전환점 이었다. 그 이전의 공포영화는 귀신을 등장시키거나 무조건 난도질에 피가 넘치는 내용. 하지만 '스크림'은 호러와 스릴러의 결합과 함께 사람을 죽이는 장면까지 감각적으로 연출해 보였다. 세련된 연출력과 톡톡 튀는 감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찾아온 것. 유명 배우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1편에 출현했던 오리지널 배우들의 귀환은 큰 재미와 완성도를 선보일 것이다.
많은 호러 규칙이 언급되지만 허를 찌르는 결말을 보게 될 것. '스크림'의 진정한 쾌감이다.
▲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공포, 미스터리/ 106분/ 15세 관람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포스터만 보고 중국 영화로 착각 하고 말았다. 영화에 대한 소문을 지난 해 들었지만 제목을 몰랐던 탓. 며칠을 '중국 공포영화'라고 부르다 보도 자료를 보고서야 '아차'싶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중국 영화라고 해도 믿겠구나 싶다.
핑크돌즈는그저 그런 여성 아이돌 그룹. 은주(함은정), 신지(메이다니), 제니(진세연), 아랑(최아라)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사이도 서로 좋지 않다. 은주는 맏언니로써 동생들을 보살피려 하지만 막상 다른 멤버들은 백댄서 출신에 나이 많은 그녀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연습실 이사를 하던 어느 날, 은주는 우연히 거울 뒤편에서 '화이트'라고 쓰인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춤과 노래가 담긴 이 비디오를 보게 된 기획사 대표와 프로듀서는 성공을 감지하고 비디오를 베껴 핑크돌즈의 신곡을 완성하게 한다. 결과는 대 성공. 하지만 이때부터 멤버들은 한명씩 의문의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리더인 은주는 이 사건이 비디오테이프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아이돌의 '반짝'과 기획사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암암리에 모두 알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들고 나오지는 않는 이상한 존재.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다. 하지만 공포영화의 상투적이고 식상한 그 무언가가 이면에 깔려 매력적인 영화라 볼 수는 없을 듯. 제법 매력적인 장면들도 있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처럼 구태의연한 무엇인가가 자꾸만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