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시인, 김제지평선 아카데미 특강

"詩에 삶과 철학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한국전쟁은 3년 동안 300만 내지 500만명이 죽은 전쟁이었습니다. 우리 또래는 남북포함, 절반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절반의 죽음은 한 팔이 잘린 채 외팔로 살아가는 삶이었습니다. 죽은 자들에 대한 가책이 느껴졌습니다. 모조리 다 타버리고 명동성당 하나 덜렁 남았습니다. 폐허였고..., 아무데나 오줌을 쌌습니다. 모조리 다 타버린 곳에서 인간의 마음도, 정신도 폐허가 됐습니다. 그래서 시(詩)를 지었습니다"

 

고은 시인(78)은 9일 김제시청 대강당에서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26회 김제지평선 아카데미에서 '나의 시(詩)가 걸어온 길'이란 주제로 특강을 실시, 자신의 첫 시(詩)인 '폐결핵'이 탄생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허구를 통해 현실을 이겨내고 싶었는데, 시는 종교였고 구원이었다"며 "그때는 폐결핵이라도 걸려 콜록콜록 그렇게 기침하고 각혈하며 처참히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사한 죽음이 그에겐 허용되지 않아 허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폐결핵에 걸렸다'란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시(詩) '폐결핵'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말한 그는 자신이 걸어온 삶과 철학은 자신의 시(詩) 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은 시인은 1958년 시(詩) '폐결핵'이 한국시인협회 기관지인 '현대시'에 발표되며 등단했으며, 그 이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제1회 한국문학상을 비롯 한국문학작가상·제3회 만해문학상·중앙문화대상·은관문화 훈장·그리핀 문학상 외 다수를 수상했으며, 마키즈 명사사전(Marquis Who's WHO)에 등재 돼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폐결핵을 비롯 내가 만든 사막, 화엄경, 시집 '허공', 산문집 '개념의 숲' 외 다수가 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