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엔트리 9명을 채우지 못해 올 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에 불참했던 전주고 야구부가 지난 12일 천안 북일고 구장에서 열린 하반기 주말리그 충청·전라권 인터리그 예선에 참가하는 감격(?)을 누렸다. 전주고는 이날 충남 대전고에 5회 0-10 콜드패를 당했지만, 시합조차 나갈 수 없었던 지난 3월에 비하면 한 걸음 내디딘 셈이다.
지난해 9월 권용배 감독(49)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이 학교 야구부는 현재 주장을 맡고 있는 문경원(3학년) 딸랑 1명뿐이었다. 당시 전주고 총동창회에선 그동안 감독과 학부모 간 불화로 바람 잘 날이 없던 야구부를 해체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가 올해 전라중 야구부에서 3명이 입학하고, 권 감독이 타 시·도에서 야구 특기생 2명을 데려 오면서 해체 움직임은 일단 멎었다. 현재는 일반 재학생 가운데 야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등을 모집해 야구부원은 16명으로 늘었다.
기량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선수들은 매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운동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며 구른다. 최근엔 전라중 야구부 5명(3학년)이 내년 전주고에 진학하기로 잠정 확정됐다고 이 학교 야구부장 허진욱 체육교사(47)가 밝혔다.
지난달엔 이 학교 출신으로 전주 진북초 야구부를 11년간 지도했던 김승중 코치(45)가 합류, 모교 야구부 부활에 힘을 보탰다. 김 코치는 전주고가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했던 1985년 당시(3학년) 주전이었다.
인하대 졸업 후 실업야구팀인 포철에서 투수코치 겸 선수로 활약하다 천안북중을 오랫동안 이끈 권 감독은 "오는 29일 군산상고와 대통령배 도 예선전을 치른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유일한 야구부원이었던 주장 문경원은 "(작년엔) 씁쓸하고, 막막했어요.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죠. 마지막 고교 야구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요"라며 "군산상고 꼭 잡아야죠"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