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대의 거꾸로 쓰는 식탐일기] (16)군산 원도심 대표 노포 '순천곱창'

삶지 않은 생곱창, 연탄불에 직화로

군산 '순천곱창' 은 생곱창을 연탄불에 직화로 구워 조리한다. (desk@jjan.kr)

수북이 쌓인 돼지고기 고명 아래 철따라 꼬막·바지락·동죽부터 오징어 한 마리가 다 들어간 듯한 군산의 '복성루' 짬뽕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명불허전', '지존', '국보급', '극강'이란 수식어가 붙는 짬뽕이다.

 

이런 극찬이 소도시의 조그만 중화요릿집에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신선한 해산물을 아낌없이 쓰는 까닭도 있겠지만, 그동안 쭉 만들어졌던 음식이 경제적 논리 탓에 '이제는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고 체념한 사이 혀만 집중 공략하는 '캡사이신 폭탄' 짬뽕에선 느낄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의 맛을 재현했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쟁반 위에 국물을 흘리면서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나 남은 음식물이 버려지는 과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옹색한 주방 모습까지 전국 최강(?)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용물에 비해 작은 그릇에 담긴 음식이 더 먹음직스러울 수 있고, 좁은 실내에서 어깨를 맞대고 먹는 서민적인 분위기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적당한 크기의 그릇을 사용해 국물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좁은 주방만큼이라도 넓혀서 쾌적한 조리 환경을 만드는 이른바 '복성루 2.0'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최근 군산시는 근대 역사 박물관을 신축하고, 일제 강점기 시절 적산 가옥들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원도심 재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배후에 주거 단지를 조성하거나 넓은 주차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원도심을 살릴 수 없다'는 의견을 의식한 듯 월명동을 맛의 특화 거리로 선정해 근대 역사 경관 조성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쌀을 공급하는 위성도시 성격이 강했던 군산은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기 전인 1907년 이미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더 많이 살았다. 현재도 적산 가옥 150여 채가 남아 있어 영화 '장군의 아들'이나 드라마 '야인시대'가 원도심에서 촬영됐으며, 해마다 일본인 1000여 명이 군산을 방문한다.

 

이런 맥락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겨냥해 원도심에 일본식 라멘 거리를 조성하거나 이자까야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구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도심 공동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군산 원도심 맛집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창동 포장마차에서 시작한 '순천곱창'도 40년 넘게 원도심을 꿋꿋이 지켜 온 대표적 노포다.

 

연탄불에 직화로 굽는 갈비와 곱창이 명물인 이곳은 신세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다른 곱창집들이 한 번 삶은 곱창을 사용하는 대신 직접 손질한 생곱창을 쓴다.

 

예전에는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1인분(1접시)부터 판매했으나,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갈비+곱창을 섞어서 주문할 경우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을 받는다. 매상을 올리려는 것보다 갈비가 섞이면 양이 적어져 '볼품이 없다'는 이유가 크다.

 

갈비+곱창 1접시의 양은 2인이 먹어도 충분한 편. 그러나 1인분이 1접시라는 게 항상 문제다. 주인장 부부의 넉넉한 인심 때문에 3인 이상이 방문하거나 아예 포장을 생각하고 들르는 것을 권한다. 숭덩숭덩 썰어 넣은 향긋한 대파가 인상적이고, 듬성듬성 썰어져 있는 청양고추 탓에 '은근히 맵다'는 평이 따른다. 밥을 따로 팔지 않기 때문에 미리 김밥 등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 메뉴: 갈비·곱창·닭발·닭똥집 각 1만 원

 

▲ 영업시간: 오후 4시~오후 11시

 

▲ 위치: 군산시 신창동 45-9(구법원 부근)

 

▲ 전화: 063-442-3667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