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에 당뇨가 있습니다."
2004년 봄 김범진 씨(46·전북대학교병원 행정직)는 의사로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알았다. 그는 문득 초등학교 때 우연히 신문 기사에서 본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triathlon)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동경해 왔던 운동이었다.
그는 무작정 '전북철인클럽'(cafe.daum.net/jbironmanclub)에 가입했다. 수영은 10년 전부터 배웠고, 마라톤은 그해부터 시작했다. 사이클은 동호회에 가입한 뒤 본격적으로 탔다. 애초 몸무게가 78㎏이었던 그는 1년 뒤 64㎏까지 빠졌다. 건강도 되찾았다.
김 씨는 철인3종경기의 매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사이클을 타며, 확 트인 도로를 달린다. 둘째, 마라톤은 단일 종목이라 자칫 단조로울 수 있지만, 철인3종경기는 복합 경기여서 지루할 틈이 없다. 셋째,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유니폼과 사이클 등 모든 장비가 화려해 자신감이 생긴다. 김 씨는 "작은 수영장에서 하던 수영을 바다에서 할 때엔 그 떨림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여수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수영(1.5㎞) 41분45초, 사이클(40㎞) 1시간20분44초, 마라톤(10km) 46분02초로 전체 2시간48분30초로 결승선을 밟았다. 그는 자신의 기록을 "전체 선수를 100명이라고 하면 70등 정도"라고 표현했지만, 그동안 마라톤 대회는 2004년 10월 '제3회 김제 지평선 마라톤 대회'부터 올 4월 '새만금 마라톤 대회'까지 10㎞·하프·풀코스 통틀어 37회 참가하고, 철인3종경기 대회는 2005년 7월 '제1회 여수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시작으로 34회나 출전한 진정한 '철인'이다.
베테랑인 그도 지난 5일 출전한 '제주 슈퍼맨 대회'에선 수영 도중 어깨 통증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왼쪽 어깨에 석회가 끼어 지난해부터 주사를 맞으면서 대회에 나갔던 게 화근이었다. 통산 세 번째 기권이었다. 지난해엔 사이클 바퀴 이상으로, 2009년엔 같은 클럽 선수가 경기 중 사고로 숨지면서 포기해야 했다.
사고 후 아내 백성희 씨(47)와 두 아들 선홍(19), 선빈(16)은 위험하다며 그를 말렸지만, 정작 김 씨는 "철인3종경기를 하지 않으면 삶의 목표가 없어지는 느낌"이라며 여전히 주말마다 동호인들과 함께 100㎞ 이상 사이클을 타고, 평일엔 주 3회 이상 단거리·장거리를 반복 훈련한다.
그래도 그는 사이클 훈련만큼은 위험하다고 인정했다. "보통 훈련할 때 시속 30㎞ 이상으로 질주하는데, 사이클화가 페달에 고정돼 있어서 사고가 나면 발을 뺄 시간이 없어 큰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최소 9만 원부터 45만 원까지 드는 대회 참가 비용과 사이클 등 장비를 옮기기 위한 트럭·버스 전세 비용, 숙박비 등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철인3종경기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도 하는데 무슨…."
그는 "마라톤 100㎞를 13시간 30분에 뛰었고, 철인3종경기 킹(king) 코스도 15시간 30분에 골인했다"며 "(실력이) 보통은 넘는 것 같다"고 웃었다. 킹 코스는 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풀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현재 그가 총무를 맡고 있는 '전북철인클럽'에서 실제 활동하는 회원 수는 24명. 모두 남자다. 나이는 28세부터 55세까지 다양하다. 김제 금구 '철인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임문채 씨(47·국민)와 박정우 씨(41·국민건강보험공단), 김민성 씨(29·농협) 등 3명은 올림픽 코스 기록이 국가대표(1시간50분대)와 20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게 김 씨의 설명.
그에 따르면, 현재 도내 철인3종경기 동호인은 60여 명. 전북클럽 외에 익산클럽 15명, 김제클럽 5명,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군'까지 포함해서다. 김 씨는 "우리나라 철인3종경기 동호인이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1200여 명 정도"라며 "초보자는 가까운 동호회에 가입해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합동으로 하는 것이 철인3종경기를 배우는 제일 안전하고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