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악역도 좋은 경험..내공 쌓고파"

배우 김태훈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그러나 영화팬들에게는 지난해 흥행작 '아저씨'의 터프한 형사반장으로 익숙한 얼굴이다.

 

김태훈은 요즘 매일 아침이면 MBC 일일극 '당신 참 예쁘다'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박치영은 성공과 출세만이 삶의 목표인 '나쁜 남자'다.

 

'아저씨'에서 열혈 형사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신 참 예쁘다'에서 그의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김태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특히 아줌마 분들이 많이 알아본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TV에서 보던 느낌이랑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차림이 남루한데 알아보는 게 신기해요. 제가 하도 '츄리닝'만 입고 다녀서 (함께 출연하는) 박근형 선생께서 날도 더운데 츄리닝 그만 입고 차라리 반바지를 입으라고 하실 정도에요.(웃음)"

 

일상 속 소탈한 모습의 그와 달리 그가 연기하는 치영은 냉혹한 남자다. 성공을 위해 아내를 속이고 자신의 아이를 낳은 여자마저 매몰차게 무시한다.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인물이다.

 

김태훈은 그러나 "사람들이 봤을 때 나쁜 놈이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 사람이에요. 마음속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는 테두리에서 시청자들이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아내나 어머니, 연인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욕심을 채우는 거에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 불쌍하고 그래서 여러 사람한테 아픔을 주는 것 같아요."

 

사람 좋아 보이는 그와 혹시라도 닮은 점은 없을까.

 

"대부분 저의 모습을 그렇지 않지만 가끔 치영처럼 냉정하게 얘기할 때도 있어요. 이런 부분이 배역과 공통점을 찾아가는 지점이 아닌가 해요. 저도 바람을 피울 수 있지만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하는 거죠. 치영과 자꾸 공통점을 발견하고 상상하려 해요."

 

그는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고민이다"라며 "자칫하다 내 연기가 애매하게 표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작품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앞으로 알맹이를 더 알차게 만들어 가야 할 거 같다"며 욕심을 보였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2006년 영화 '달려라 장미'로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아저씨'로 얼굴을 알렸다. 그전까지 그는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돌이킬 수 없는'에 출연한 배우 김태우의 동생으로 알려졌다.

 

김태훈은 "형이 연기에 대해 별 얘기를 안 하지만 열심히 하고 경험을 해보면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김태우와 큰 형까지 삼형제가 각별했다는 그는 "셋이서 어렸을 때부터 놀고 지내서 나이 들어서도 셋이서 놀 때가 제일 재미있다"며 "공 하나만 있어도 잘 논다"며 웃었다.

 

김태훈은 '아저씨' 이후 영화 '조선명탐정'과 '사랑이 무서워' 드라마 '근초고왕'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일일극은 '당신 참 예쁘다'가 처음이다.

 

그는 "대사량이 많아 정신이 없지만 긴 호흡으로 가는 드라마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며 "하루에 많게는 60씬을 찍을 때도 있지만 하다 보니 적응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교롭게 그는 영화 '사랑이 무서워'와 '근초고왕', '당신 참 예쁘다'에 이르기까지 악역을 잇달아 연기했다.

 

김태훈은 "자꾸 그런 역할들만 하다 보니 조금 못나고 순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다 잘하고 싶어요.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못 하더라도 자꾸 연기를 하면서 내공을 쌓아 어떤 역할이든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