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커피 하우스 - 장세균

요즈음 전주시내에 갑자기 커피 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있다. 커피 하우스란 예전의 '다방(茶房)'이다. 자판기 커피가 나오면서부터 다방은 어느새 사양직종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건물 지하실 몇 군데에 '다방'이라는 옛 이름의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으나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들이 주 고객이다.

 

유행은 돌고 돌아 이제는 다방이 커피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개명(改名)이 되어 새롭게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의 기호식품인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설(說 )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은 아라비아 산양치기 칼디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칼디가 산양무리를 새 목초지로 데리고 갔는데 이상하게도 산양들이 흥분해서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칼디는 근처의 수도원에 찾아가서 수도원장에게 말했더니 수도원장이 산양들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산양들이 어느 작은 나무 열매를 먹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열매를 가지고 여러가지로 먹어보다가 한번은 끊여서 마셔보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때 문득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도원에서는 밤에 예배를 볼 때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수도사들이 있었는데 그 열매 끊인 물을 그들에게 마셔보게 하자는 것이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그 후로 수도원에서는 검은 음료인 커피가 필수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영국으로 퍼지게 되고 프랑스 궁정에까지 보급되면서 커피의 화려한 역사는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시음하신 분은 조선말의 고종황제이다. 그는 민비가 시해당한 후 그 이듬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 하는데 러시아 공사인 웨베르가 커피 열매를 건조해서 고종에게 진상했다는 것이다. 고종은 커피에 맛 들인 후 덕수궁으로 환궁을 한 후에도 커피를 즐겨마시는 커피 마니아가 되었던 것이다.

 

다방에는 '가오마담'과 '레지'가 있었는데 '가오'는 일본어로 얼굴을 말하고 '레지'는 레지스터, 즉 Register(카운터에서 요금을 계산하는 사람)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커피 하우스가 우리 사회에서 대화의 광장, 소통의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