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과거 백중놀이 등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자체 결성된 농악팀이 동네를 돌며 풍물굿을 하고, 그 뒤풀이로 술맥이까지 곁들였다.
농촌 마을 주민들은 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 속에 이웃간 두터운 정을 느껴가며 삶의 활력을 얻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마을별로 자체 구성돼 있던 농악 풍물패가 거의 사라졌다. 주천면과 용담면 등 일부 면단위를 중심으로 범위가 넓어진 동아리 행태의 농악단만 잔류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면단위 풍물패의 발길이 닿지 않는 마을의 행사 때는 사실상 농악 풍물을 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설사 이를 접한다 해도 예전같은 감흥을 느끼는 이가 많질 않다. 풍물이 아니어도 접할 수 있는 문화혜택의 폭이 그 만큼 넓어진 데다, 일부 대가성있는 초청 행태이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풍물굿만 사라진 게 아니다. 가마솥을 걸어놓고 돼지고기를 삶아 낸 수육과 찌게, 잔치국수를 막걸리에 겉들여 먹는 술맥이도 변형내지,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그나마 일부 마을에서 감자탕을 끓여내 술국으로 먹는 변형된 술맥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정감만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지역 어르신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진안 중평굿보존회(회장 이승철)는 매년 8월 전통문화전수관에서 80여년 간 맥을 이어온 중평굿 속에 술맥이를 예전 그대로 재현, 귀감이 되고 있다.
이승철 중평굿보존회장은 "마을잔치의 백미는 농악 풍물이며, 그 뒤풀이로 행하는 술맥이굿은 감흥 그 자체"라며"이러한 전통이 마을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그 맥을 잇기 위해 매년 술맥이 굿을 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마을별 농악 풍물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진안읍 원연장마을과 성수 중평마을에서 자체 풍물단을 조직·운영하는 등 풍물패 부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