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약식동원(藥食同源) - 백성일

예나 지금이나 무병장수하길 바란다. 9988234란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본심과 다른 거짓말이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무병장수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백세인 시대가 왔다. 장수 한 노인들의 섭생은 소식에다가 채식을 주로 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음식이 약이라는 말이다. 한식에는 약식동원 사상과 음양오행의 원리가 조화롭게 담겨져 있다.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결론적으로 한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한국인은 장 길이가 길어 채식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서구 사람들처럼 육류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바람에 성인병과 대장암 등 몹쓸병이 많이 생겨났다.

 

쾌식 쾌숙 쾌변이 건강의 기본 원리다. 먹는 것은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 요즘 같으면 된장에다가 풋고추와 양파 쑥갓 오이 그리고 상추를 보리밥에다 싸서 쌈으로 먹으면 제격이다. 초여름의 별미 중 하나가 부추전이다. 부추를 푸짐하게 썰어 오징어까지 넣어 부친 해물 부추전이면 더욱 좋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부추는 한자로 '구자'라고 쓰는데 땅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이러한 음식들을 먹으면 그게 보약이다.

 

식색동원(食色同源)이란 말도 있다. 식이 강하면 색도 강하기 마련이다. 궁궐에서는 임금님의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검은색 식재료를 많이 썼다. 검은 콩, 검은 깨, 오골계, 흑염소에다 검정소 등등 검은색 음식을 많이 올렸다. 소고기도 토종 검정소만 썼다고 한다. 검은색은 오장 가운데 신장에 주로 작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은 콩팥 뿐 아니라 고환을 포함한 비뇨생식기 전부와 성 호르몬을 관장하는 원기의 근본으로 파악한다.

 

현대인들은 임금님 수라상을 능가할 정도로 잘 먹고 산다. 하지만 지금 음식들이 거의 화학조미료와 달게 음식을 만들어 감칠 맛이 덜하다. 패스트 푸드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가축 사료나 다를 바 없다.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으면 성격도 급하고 포악해진다. 그래서 못살 때 어머니가 손수 지어주신 그 밥상에 올라왔던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 오늘부터 옛날 밥상으로 돌아가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 백성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