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학생글

▲감 - 유하연(전주서중 3학년)

 

새파랗게 쏟아지는 하늘에는

 

감과 나뭇가지와 손에 닿을 듯한

 

계절의 속삭임이 귓가에 울리고......

 

푸르름이 눈부셔 눈을 감으면

 

하늘이 묻어난 감이 총총 어둠 속에 떠 있다.

 

 

하늘과 바람을 드리운 가을을

 

벅차게 품에 안고 감 하나 떨어지면

 

살포시 주어들고

 

시간 속에 젖어 든다.

 

시평 : 깊고 푸른 가을 하늘과 무르익은 감의 낙과(落果)를 통해 계절과 추억 속에 젖어드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 독 - 강예슬(전주서중 3학년)

 

보랏빛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흐드러지게 핀 모란꽃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시던 외할머니

 

넓은 마당과 담장 옆 장독대는

 

하나의 밤송이에서 튀어나온 밤톨마냥

 

고만고만한 우리 사촌들의

 

 

신나고 즐거운 놀이터.

 

아빠처럼 배 불룩 나온 항아리 사이로

 

조심조심 들키지 않게 숨어라.

 

이모처럼 날씬한 항아리 뒤로

 

리본도 보이지 않게 꼭꼭 몸을 감춰라.

 

우리들의 조용조용 속닥이는 소리 들으며

 

구수한 된장은 더욱 맛있어지고

 

우리들의 웃음소리 파란 하늘로 퍼지며

 

장독 안 고추장은 더욱 붉어졌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문명의 허울은

 

외할머니의 수십 년 삶의 터전과

 

 

우리들의 놀이터를 앗아갔고

 

이제 외갓집 장독대는

 

내 유년의 기억 속에만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아쉽고 그립기만 하다.

 

시평 : 할머니의 웃음과 장독대의 비유가 참신하고 깨끗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삭임을 고추장, 된장의 발효와 연관시킨 발상이 훌륭하다. 그리고 단순한 소재인 '장독'을 개발로 인해 밀려난 우리네 삶의 터전으로 확장시킨 시적 발상이 주목된다. 감정의 직접적 노출과 급진적 개발로의 확대를 조율한다면 더욱 주목받는 작품이 될 것이다.

 

▲ 그 후 - 모효진(전주서중 3학년)

 

코끝에서 간질이는

 

푸른 바다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구나

 

나를 보고 따스히 웃어주는

 

그의 미소

 

노오란 유채꽃의 꽃끝을

 

살짝 뚱겨보면

 

눈물이 튕겨나오지 않겠는가

 

넓은 꽃밭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푸른 공기가

 

눈물이구나

 

아무도 없는 바다에 누워

 

맡아보는 노란 축복에

 

점점 더 추락하는 내 마음

 

아아,

 

그대 마음이 파도가 되어

 

내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온다면

 

내 원에 없으련만.

 

시평 :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의 색체의 대비와 자연에 대한 몰입을 통해 이별한 사람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 그 곳 - 김채원(전주서중 3학년)

 

새들도 잠시 날갯짓을 멈추어

 

푸름에 몸 맡기는 곳

 

길 가던 바람도

 

잠시 멈추어 지나는 곳

 

나약하여

 

이리저리 시끄럽게 흔들리는

 

작은 꽃들

 

그 앞에서

 

선조 때부터 있어왔던

 

가파르게 솟은 산이

 

검푸르게 흐르는 바다가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듯

 

온 세상을 넉넉히 품은

 

새파란 하늘이

 

고요히 자리를 지킨다.

 

꽃이 바람에 흐드러진다.

 

시평 : 꽃이 핀 바닷가에서 보이는 풍경의 모습과 그 느낌을 강한 색체의 대비가 느껴지는 시각적 심상을 통해 잘 묘사하였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이 만든 멋진 풍경이 그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