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모래면 여름 방학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들뜬 마음으로 계획 세우기에 바쁘다.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온 여름방학을 이렇게만 보낼 수는 없다. 특히 도시에 비해 문화·복지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지역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은 쉽게 무료해지기 십상이다.
이런 때 농촌지역 아이들을 반기며 기다리는 곳이 있다. 학교마을도서관이다. 학교마을도서관은 인구수가 적은 산간벽지 농어촌지역 학생과 주민들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전북일보의 제안으로 전북도, 전북도교육청,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MOU를 맺어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도내 29개 학교에 설치돼 있다. 도서관마다 네이버에서 3000권씩의 책을 지원했고 도교육청은 시설보강비, 도와 시·군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학교마을도서관은 문화의 중심지이자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독서나 학습지도는 물론 아이와 주민들을 위한 영화상영, 취미와 예능활동 등도 지원한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토론 모임도 생겨나고 도서관이 학부모회나 마을주민들의 토론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학교마을도서관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정읍 칠보초 송태신 교장은 "2008년 11월 문을 열 당시 6000권의 책이 있었는데 지금은 2배인 1만1411권이 됐다. 학부모나 동창회 등 많은 분들이 책을 보내주고 있다"며 "새로운 책이 들어오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도서관 도움일꾼을 서로 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이은솔(5학년)은 "창작동화를 많이 읽어요. 도서관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자주 도서관을 찾는다는 양지우(4학년)는 "(책을 읽으면) 토끼가 이야기하는 것, 각설탕이 곤충이 되는 것, 뱀파이어 이야기 등 알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돼서 좋아요.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 된 것은 단순히 도서관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학교는 독서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해 독서사진전시회 등을 마련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하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책을 읽고 매월 첫째와 세 번째 금요일에 토론을 벌인다.(둘째, 넷째 금요일은 영화보는 날이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과도 대화와 소통이 잘 된다.
학부모 이재영씨는 "원래 자기주장이 강했는데 독서토론을 하다보니 아이들과 선생님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생겼다.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나와 같지 않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칠보초는 올부터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출소와 우체국, 면사무소, 농협, 유치원 등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도록 매주 2차례씩 책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영선 사서도우미가 5곳을 순회하며 필요한 책을 가져다주고 다 본 책은 수거해온다.
칠보초를 비롯한 도내 학교마을도서관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활동으로 전북은 전국 16개 시·도 중 처음으로 네이버문화재단의 집중지원제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올해 도서관마다 400권씩의 책과 비도서 자료, 운영프로그램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올 여름에도 학교는 방학해도 학교마을도서관은 쉬지 않는다. 아무 때나 찾아와서 책을 읽을 수도, 빌릴 수도 있다. 뙤약볕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휴식처 공간도 될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학교마을도서관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