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복지 사각지대 - 조상진

# 사례1= 익산시 복지기동반은 공공 화장실과 공원 등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A씨(26·남)와 B씨(26·여)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다. 이들은 장애인 부부로, A씨는 형제들로부터 구타와 임금착취 등 가정 내 불화를 당했으며 B씨는 구직이 여의치 않았다. 이들은 월세가 체납되면서 지난 2월 집을 나와 찜질방과 여인숙을 전전하다 노숙자의 길을 걷게 됐다. 발견 당시 B씨는 임신 5개월이었으나 그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심신이 불안한 상태였다.

 

# 사례2= C씨(남·45·정신장애 3급)는 김제 터미널 근처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다 식당 관계자가 신고했다. 조사단은 C씨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거처가 불분명한데다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한 상태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는 등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실시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에 따라 발굴된 케이스다.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끝에 전국적으로 1만2135건에 2만3669명이 발굴되었다.

 

발굴된 소외계층은 노인이 36.6%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 어린이 순이었다. 또 발굴 장소는 창고 및 컨테이너, 여관·여인숙, 교각, 공원, 비닐하우스, 토굴 등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 벼랑 끝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실감케 해준다.

 

이번 조사의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TV에서 '화장실 3남매'라는 방송을 본 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TF팀을 꾸리고 조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에 이어 반값 대학등록금에 대한 해법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한나라당이 더 나서는 형국이다.

 

하지만 TV를 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호들갑을 떠는 복지정책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를 일이다.

 

나아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이 400만 명을 넘는다. 수급권자 157만 명의 2.5배를 웃도는 숫자다. 그물망 복지는 커녕 구멍이 숭숭 난 복지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