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요양원 보내지도 못하고 집에서 인지치료, 운동치료 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재활병원 다니고 수술하고 간병인 쓰고, 집 담보로 다 쓰고 나니까 이젠 집도 없고…" 4년째 치매 걸린 남편을 수발하는 50대 아내가 남긴 글이다.
치매가족협회 홈페이지(www.alzza.or.kr)에는 이런 글들이 많다. "식사도 하지 않고 하루에 4~5번은 서럽게 우신다. 언어가 안돼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치매환자는 밥을 막 먹고 난 뒤에도 "왜 밥을 주지 않느냐"고 타박을 하기도 하고 밥을 갖다 주면 "아까 밥을 주고 또 주느냐"며 정색을 하기도 한다. 있지도 않은 일로 억장이 무너지는 소릴 해대기도 한다.
치매가 뇌의 질환이라는 걸 규명한 사람이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는 1906년 노망 걸린 50대 여자의 증상이 악화돼 죽음에 이른 과정을 4년간 추적 조사 끝에 뇌신경 조직의 손상이 원인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래서 퇴행성 치매를 알츠하이머 병으로 부른다. 치매환자중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것이 50∼60%를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우울증이나 약물· 알코올· 화학물질 중독 등에 의해 발병한다.
치매는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사고력 등 지적 기능이 저하돼 있는 상태를 이른다. 죽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갈뿐 잘 낫지도 않는다. 가족은 절망감에 휩싸이고 풍비박산되기 십상이다. 이런 걸 아는 치매 당사자도 고통스럽다.
생전에 레이건은 "인생의 황혼으로 살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겠다."며 치매 걸린 사실을 고백했고,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도 "기억에 남아있을 때 작별하고 싶다."며 비디오테이프로 기자회견을 했다. 치매가 얼마나 끔찍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치매환자가 2020년이면 노인 10명당 한명꼴이 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전북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도내 치매환자는 2만5,000여명에 이른다.
치매의 끔찍성을 생각한다면 치매는 이제 사회문제로 대응해야 옳다. 최근 전북치매관리센터가 전주에 문을 연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치매예방과 치료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단지 노화현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