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인간은 존엄하다' 는 가치를 보여주는 희망버스

정연진(덕암고 3학년)

누구나 희망을 갖는다.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힘든 가장들이나, 처해있는 상황을 바꿔보려 노력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희망으로만 접근하기엔 '희망의 버스'는 너무 무거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한진 중공업 파업 사태는 불이 꺼질 줄 모른다. 한때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타결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 내 눈에는 협박과 생활고를 견뎌내지 못한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으로만 보인다.

 

사측의 정리해고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대다수 주류언론의 무관심으로 그들만의 외로운 외침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6개월 이상 지속된 35미터 크레인위에서의 고공농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나는 사측의 해고 자체가 부당하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사원들의 사정 하나하나 일일이 신경써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행과정엔 조금 의심이 된다. 과연 영도 조선소는 정말 수주량이 줄어들어 위축된 것일까. 2011년 초 우리나라 조선 사업은 호황이었다고 한다. 호황기를 한진만 비껴간 것일까. 노조에서는 한진이 수주를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안'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진에서 의도적으로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모든 주문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진에서는 수주를 못받은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진의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이유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경영진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섭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복잡하고 무서운 곳이다. 기업의 가지치기에 힘없는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희망의 버스를 타고 김진숙 지도위원과 투쟁중인 노동자들을 위로 방문한 것이다. 인간이 존엄한 것인지 자본가만 존엄한 것인지 모를 상황에서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가치를 실현시켜주는 희망을 가득 담고 달리는 버스라고 생각한다.

 

/ 정연진(덕암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