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비 없어 꺾인 희망…그 눈물 누가 닦아주나

인니 선수단,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출전 좌절

"저희 아체(Aceh)주정부는 한국인 감독을 초청하여 태권도 선수단을 육성해 오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쓰나미로 가족들을 잃고 가진 것 하나 없는 이곳 선수들에겐 태권도 하나가 살아가는 희망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한국에서 태권도를 많이 보고 배울 수 있게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선수들 모두 한국 길거리에서 자고 굶더라도 어떻게든 한국에 간다는 각오입니다."

 

지난달 6일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위원장 김광호) 사무실에 팩스 한 장이 날아왔다.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하산바스리(Hasanbasri) 문화체육국장이 보낸 것이다.

 

그는 아체주 태권도 대표선수단(감독 곽영민) 17명이 '제5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가 열리는 '태권도 성지' 무주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선수들 참가비를 도와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하산바스리 국장에 따르면, 아체주는 올해 전 종목 최초로 태권도 선수단의 해외 경기 참가를 계획했지만, 2004년 닥친 쓰나미와 오랜 내전으로 재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현지 사업가들에게 손을 벌렸지만, 허사였다. 그는 "한국인 감독의 자비로 선수들 비행기 티켓은 어떻게든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체 선수단은 오는 8일부터 엿새간 열리는 올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참가자 명단(31개국 1105명)에서 빠졌다. 1인당 참가비 150달러(약 18만 원)를 내지 못해서다.

 

조직위 측은 쪼그라든 '곳간'을 탓했다. 전북도와 무주군, 태권도진흥재단, 조직위 등이 출연한 예산은 총 7억1000만 원. 해마다 1억5000만 원을 지원하던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게다가 숙박비와 식비, 버스 임차비 등 물가는 치솟았다.

 

박병익 조직위 사무차장(54)은 "그동안 후진국은 참가비의 절반인 70달러만 받거나 사정이 딱한 두세 나라는 참가비를 면제해 줬다"며 "올해는 사정이 어렵다 보니 선진국·후진국 똑같이 150달러를 받았다. 내년엔 후진국과 봉사단체의 결연을 늘려 참가비와 태권도 장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