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소식을 들었을 때 기자는 운전중이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20년 넘게 고도를 기다렸는데, 또다시 병이 가로막다니….
2007년 모노드라마 '김준의 빨간 피터'로 자기소외에 빠진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 연극배우 김준씨(43)가 뇌종양으로 다시 투병중이다. 2009년에도 뇌종양 수술을 받았던 그는 호전된 상태를 보이는듯 했으나 다시 악화 돼 현재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짧은 다리, 크고 긴 얼굴, 더듬거리는 말투, 느린 움직임…. 거친 에너지와 섬세한 깊이, 무대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섭렵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주인공 못하면 연극은 그만두자'고 할 법도 하건만, 그는 지독하게 무대를 지켰다. 1987년 전주대 연극반 '볏단'에서 연극을 시작해 졸업 후 극단 '황토'에 입단, 전주시립극단에서도 활동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무대를 지켰다.
전북연극협회와 연극인 김준 후원회(연출 정진권)이 김씨를 위한 모금활동을 위해 공연을 갖기로 했다. 16일 오후 2시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극단 명태의 뮤지컬 갈라쇼, 전통예술원 모악의 사물놀이, 고은영(호남오페라단 단원)의 소프라노, 이창선의 대금스타일 등이 이어진다. 한벽극장 로비에서는 곽승호(추억박물관 대표)의 전시와 전북민미협의 그림 경매 등도 마련된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은 "김씨가 집안 사정도 넉넉치 않고 개인적으로도 수입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 도내 연극인들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며 "그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날 수 있도록 많은 동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의 063) 277-7440, 계좌번호 1204-01-015482 (농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