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는 적지않은 공연장과 전시장이 있으나 이들 문화시설이 '반쪽짜리' 문화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연장·전시장으로 긴요하게 활용되었던 시설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주차장 부족, 공간 활용이나 전문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 결여로 인해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이들 시설 운영상 문제점과 대안을 두 차례로 나눠 다룬다. /편집자 주
오랫동안 예향 전북의 얼굴이었던 전북예술회관, 전주덕진예술회관, 전북교육문화회관.
이러한 문화공간은 언제부터인가 본연의 복합적인 역할과 기능을 상실한 채 대관만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낡은 시설, 협소한 주차공간 등으로 인해 이젠 제대로 된 대관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를 비롯해 도내 곳곳에 기획력을 갖춘 사설 갤러리 10여 곳이 잇따라 생겨난 여파다.
전북예술회관, 전주덕진예술회관, 전북교육문화회관은 전시 대관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들 세 곳 공연장은 음향·조명시설이 낡은 데다, 객석마저 불편해 하루가 다르게 빈 공간이 늘고 있다. 특히 전북예술회관은 가장 쇠락한 문화공간으로 꼽힌다. 전북예술회관은 1982년 전북도와 전북예총을 주축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모은 성금으로 어렵게 건립돼 2002년 전북도에 기부체납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분관인 전북예술회관은 전북의 대표적 문화공간이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위상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관리청에서는 효율적 운용방안에 대한 고민없이 대관에만 치중해왔다. 예술 전문가에 의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했어야 하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2009년 전시장 벽을 바꾸고 조명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기존 시설에만 의지해 대관해왔을 뿐 낡은 시설을 교체하는 리모델링도 거의 없었다.
전북예술회관에 따르면 공연장은 2008년 66일, 2009년 33일, 2010년 34일이 가동됐다. 올 상반기에는 고작 11일 대관되는 데 그쳤다. 전시장은 지난해 6월까지 118일 가동됐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99일로 줄었다. 대관하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종전 6곳 모두 가동되던 전시실은 올들어 5곳만 운영되고 있다.
전시장 한 곳당 20~40만원(일주일 기준)에 불과한 저렴한 대관료에도 불구하고 비어 있는 날이 많다. 각 장르를 불문하고 역량있는 신예 작가들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북예술회관에는 각 협회별 정기전·원로작가 개인전 등 소위'의무방어'에 가까운 전시와 연례적인 행사가 주를 이룬다. 큐레이터가 상주한 기획력 있는 전시장이나 음향·조명시설을 갖춘 공연장에 대한 갈증이 크다 보니 철저히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예술회관 4층에 있는 공연장의 경우, 무거운 무대 설비를 옮길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장도 턱없이 비좁은 게 현실. 각 전시 때마다 주최측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주차는 어디로"라는 것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휴게공간이 없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한계도 있다. 도의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전북예술회관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검토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공간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투자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주시가 운영하는 전주 덕진예술회관이나, 도 교육청이 맡고 있는 전북교육문화회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80년에 지어진 전주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은 객석 의자가 불편한 데다 음향시설이 낡아 잡음이 섞여나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0만원 안팎의 저렴한 대관료를 제외하곤 장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1983년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건립된 전북교육문화회관도 한 때 금난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공연할 만큼 좋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지난해 객석의자와 바닥은 교체했으나, 음악적 효과를 높이는 음향시설은 손을 대지 못했다. 전시실도 이젠 동호회 수준에 불과한 격이 떨어지는 전시가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는 한편, 활용도 제고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