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김용택·이은영 부부 '내곁에 모로 누운 사람' 펴내

스물넷 아가씨가 서른여덟 노총각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선생님, 저랑 같이 살면 안 돼요?" 무심한 그가 내뱉은 말. "은영아, 제 정신이냐? 내가 나이가 몇 인줄 알아?" '그래도'좋았다. 먼지가 푸석푸석 올라오던 마음에 온기가 지펴졌다. '눈 뜨면 앞산과 강, 이불보를 빨아 널면 하늘이 다 가려지는 작고 작은 마을'에서 부부는 세상과 우주를 품고 살았다. 25년 뒤 김용택 (63) 이은영(49) 부부는 '내곁에 모로 누운 사람(마음산책)'을 펴냈다.

 

딸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두 달간 생이별을 한 부부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부부의 연을 맺어 자식을 키우고 늙어가는 과정을 응시했다.

 

"책을 낼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 얼마나 쑥쓰러운 이야기야. 다만 우리 부부는 이런 삶의 고민을 서로 주고 받는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 결혼은 공부하는 학교거든. 도 닦는 거지. 결혼만큼 공부시키고 교육시키는 책도 없고 제도도 없다고."

 

일상을 존중하는 이들 부부에게도 '실낱같은 외줄을 타며 생의 끝까지 가서 바닥을 치고 돌아온' 일이 많았다. '속이 좁고, 쪼잔하고, 성질 급한' 시인을 아내는 잘 받아줬고, 시인은 시 보다 아내와 아이들을 더 아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왜 책을 봐야 하는지, 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왜 사람이 그토록 소중한 지 알게 해준 사람'이 됐고, 아내는 남편에게 '당신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바꿔놓은 사람'이 됐다.

 

군 입대하는 아들 민세에 대한 애틋함, 미국에서 힘겹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간 딸 민해에 대한 마음, 그 속의 갈등과 화해 과정까지 세세하게 그려진다. 인생의 가장 훌륭한 스승을 부부라고 한다면, 이 책은 이 세상 모든 부부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