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마늘 왕국 - 장세균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일찍이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남성들에게는 강장제로 애용되어왔다. 그러나 마늘냄새는 한국사람 말고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는 고통을 주는 악취였다. 일제시대때 한국 학생들이 벌을 받기위해 교무실로 끌려가게 될 때는 일부러 마늘을 입에 잔뜩 물고 가면 마늘의 독한 냄새에 기가 질린 일본 선생들이 벌을 못주고 그만 내보냈다고 한다.

 

마늘냄새를 제거하고 마늘 엑기스만을 상품화하여 팔기도 한다. 마늘이 정력에 좋은 것은 미국에서도 증명이 되기도 했다. 팔순(八旬)에 이르도록 정력적인 활동을 과시했던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 일리노어 여사는 기자들로부터 노익장의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간결했다. '비결이란 다만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해온 것이 있다. 수십년동안 마늘을 먹어온 것이 그것이다'고. 영부인의 이런 언급 때문인지 60년대에 미국에 일대 마늘붐이 일어났다고 한다. 먹기 좋게 만든 당의정(糖衣錠)을 영부인의 이름을 따서 '일리노어 타블렛'이라고 까지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70년대부터는 마늘이 위암과 간암에 좋다는 학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의 많은 암연구소가 마늘이 항(抗) 박테리아 효과를 갖는데다가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차단하여 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기사를 실은 적도 있다. 그 기사에 의하면 한국 사람은 연간 37만톤의 마늘을 먹고, 미국인은 7만톤, 남미가 14만톤, 프랑스가 7만1천톤, 서양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다는 스페인이 23만 5천톤, 한국 인구의 20배가 넘는 중국은 60만 2천톤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은 마늘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의 유명한 괴기영화 '드라큐라'에서는 마늘이 마귀를 쫓는 방편으로 나왔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한국 최초의 여성인 웅녀(熊女)는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에서는 마늘을 또한 하층민의 냄새로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마늘의 효능을 일찍이 발견했던 것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