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시각장애인테니스대회 참석 "보이지 않아도 테니스 즐길 수 있어요"
일본 시각장애인테니스연맹 가쓰라 겐타로(桂田 元太郞) 회장(39)이 15일 우석대 체육관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홀로 나타났다.
시각장애 1급으로 전맹(全盲)인 그는 이날 열린 '제2회 한국시각장애인테니스대회'를 축하하고, 2009년 설립된 한국 시각장애인테니스연맹 라종일 회장(71·전 우석대 총장)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 "4년 전 서울에 있는 한빛맹아학교에 시각장애인 테니스를 보급하기 위해 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올 4월 일본 시각장애인테니스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984년 시각장애인 테니스(blind tennis)를 고안한 전임 회장 다케이 미요시 씨(향년 42·시각장애 1급)가 올초 열차에 치어 숨져, 당시 부회장이었던 그가 회장직을 이어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스포츠는 골볼(goal ball)처럼 바닥에서 공을 굴리는 등 주로 평면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테니스는 공중에서 공을 치며 비장애인처럼 3차원에서 즐길 수 있어요. 장애인들에겐 획기적이고, 감동적인 운동이죠."
가쓰라 회장은 "현재 일본 시각장애인테니스연맹 회원은 100여 명이고, 이 운동을 하는 인구는 300명 정도"라며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등 큰 도시마다 연맹 지부가 있고, 해마다 5, 6개의 큰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테니스용 특수 공을 개발하는 데 6년이 걸리고, 일본 전기회사 NEC와 비누회사 가오 등 후원사 두 곳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영국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 대만 등에 시각장애인 테니스를 보급했다"며 장애인 스포츠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시각장애인 테니스를 알리기 위해 "가는 곳마다 '보이지 않아도 테니스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쓰라 회장은 "현재 아시아에서 시각장애인 테니스가 보급된 나라는 4개지만, 6개 나라가 되면 아시아 시각장애인테니스연맹을 만들자고 각국 연맹끼리 약속했다"며 "시각장애인 테니스가 2020년 패럴림픽(Paralympics·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14년 전 시각장애인 테니스에 입문한 가쓰라 회장은 7세 연상의 아내(가쓰라 게이코)도 시각장애인 테니스를 하다가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생활한다"며 "아내와 난 모두 전맹이지만, 하나도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가쓰라 회장은 현재 오사카 전화국 공무원으로서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고, 그의 아내도 효고현 공무원이라고 했다. "아내는 현청에서 열리는 회의나 행사 결과를 컴퓨터 작업을 거쳐 시각장애인들에게 스피커로 들려주는 일을 해요."
그는 "일본은 장애인이어서 도와주지도,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는다"며 "나도 오늘 혼자서 전주에 왔고, 대부분 이렇게 여행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