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서울 테크노마트 흔들림 사고와 시민의식

김해진(정읍경찰서 소성파출소 경위)

 

지난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39층 높이의 테크노마트 사무동 건물의 중ㆍ고층부가 상하로 심하게 흔들려 방문객과 입주 상인 등 수 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바로 행정당국의 퇴거명령이 내려졌고 긴급 안전 점검이 실시됐다.

 

안전 점검 과정에서 경찰은 건물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런데 일부 입주자들이 회사 비품과 개인 물건을 챙기기 위해 건물에 다시 들어가려 했으며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특히 일부 입주 상인들은 "식재료를 두고 나왔는데 부패해 금전적 피해를 입으면 누가 책임을 지겠냐"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 자신의 생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았다.

 

테크노마트 흔들림 사고를 보면서 문득 지난 3월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 때가 떠올랐다.

 

이 때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서 놀랐다. 그러나 세계인들에게 더 경이로웠던 사실은 대재앙 속에서 더욱 빛난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이었다.

 

10시간 넘게 줄을 서야 겨우 빵 한 조각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새치기나 원성 한마디 없이 조용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만약 우리나라에서 저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저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일부 일본인들의 잘못된 역사의식으로 피해를 당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엄청난 절망에서도 보여준 준법정신과 질서의식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덕목이다. 특히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은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우리 국민들도 의식이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시절부터 재난 재해에 대비하고 훈련해 몸에 밴 일본인들의 선진 시민의식과 비교한다면 우리들의 의식은 아직 부족한 듯 하다.

 

서울 테크노마트 흔들림 사고를 지켜보면서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시민의식의 선진화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 김해진(정읍경찰서 소성파출소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