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SNS는 인간의 진정한 소통을 보장하는가

〈자료 1〉

 

칸트는 감정을 통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보편적인 전달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가정하는데, 이를 '공통감'이라고 한다. 아렌트는 이러한 공통감을 불편부당성(impartiality) ― 어떤 사태나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결부시키지 않고 공정하게 바라보는 개방적 태도 ―을 통해서 실현되는 보편적 소통 능력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공통감은 개인의 판단 기준에 따른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타자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이렇듯 타자를 등장시켜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 주는 성찰적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은 우리 자신을 편협한 사적 이해관계를 떠나 타자의 입장에 놓이게 하여 다른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성은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우리를 공감적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한다. 즉, 공통감을 통해 우리는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서 타인의 입장을 반영한 이미지를 떠올려 성찰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감정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상호 소통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상대방을 통해 열린 주관이 마주하는 현실은 상상력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서적이며 상황적인 세계이다. 이 주관은 자신의 직접적인 감응에 따른 욕구에 속박되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에 근거해 미세한 신체적 지각이나 움직임, 시선, 표정, 표정, 몸짓과 비유적 표현 등을 포착한다. 나아가 이에 대한 기억과 연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마음속에 떠올리면서 타인의 특수한 상황과 마음의 상태를 읽어내게 된다.

 

인간은 이렇게 자유로운 상상력과 지성의 상호 촉진 활동이라는 인간 본연의 중요한 잠재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주관이 직접적인 감응이나 욕망에 붙잡혀 있거나 특정 개념 내지 이론에 구속받는다면, 또는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적 태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한다면 소통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이때 우리의 상상력은 상대방을 향한 열린 연상과 이미지 형성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 공병혜, 〈미감적 의사소통을 통한 배려의 윤리의 가능성〉에서

 

〈자료 2〉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숲〉

 

〈자료 3〉

 

트위터 시스템은 간단하기 그지없다. 트위터에서는 누구나 "지금 뭐하고 있니?"라는 질문에 140자 이하로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메시지를 보내고 받아볼 수 있다. 이것이 트위터의 전부다. 정말 간단하다.

 

뭐 별로 대단한 것 같지도 않다. 도대체 140자로 뭐 그리 대단한 읽을거리가 되겠는가? 겨우 140자 단문으로 제품을 홍보하거나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회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거나, 심지어 사람들이 계속 읽게끔 할 수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전혀 다르다. 트위터는 '아주 많은 일을', '그렇다. 정말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트위터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사업가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다. 우연히 트위터를 시작한 이래로 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나는 문자 메시지를 애용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 개인 블로그를 작성하는 것처럼 그것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트위터는 그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히 권할만하지만 그렇다고 즐거움이 다는 아니다. 트위터는 새로운 사용자나 고객을 발굴하는 강력한 네트위킹 도구로서도 매우 중요하고 편리한 방법인 동시에 유용한 정보를 얻는데도 탁월한 수단이라는 게 입증되었다.

 

나는 트위터를 통해 내 파트너나 고객, 다른 사업가들과 좀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트위터는 내 브랜드를 확장시켰으며, 그로 인해 트위터가 아니면 절대 알지 못했을 사람들에게 내 사업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 게다가 트위터는 내게 훌륭한 읽을거리와 새로운 친구들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주었다.

 

-조엘 컴, 켄 버지 지음, 신기라 옮김, 〈트위터〉에서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1〉에 나타난 '소통'의 개념을 〈자료2〉의 시어를 활용하여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3〉과 같은 SNS 소통 방식이 가져올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하시오. (900자 내외) 보낼 곳:nettesvoll@hanmail.net

 

2. 면접 논제

 

1)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

 

2) 우리 사회에 사이버 공간은 밀실인가, 광장인가?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6단 논법으로 역할을 나누어가며 해보세요.)

 

■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

 

〈자료 1〉 숲이 되기 위한 조건

 

다른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의 이성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칸트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첫 문장에서 '공통감'은 소통능력이라고 하였다. 이는 개인의 편견에서 벗어난 공정하고 개방적인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소통 능력은 상상력과 지성으로 타자의 입장이 되어 그와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편견이나 욕망에 얽매인 태도 또는 이해타산적인 목적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진정한 소통은 이루질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의 소통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계에서도, 정치권에서도, 기업에서도 소통이란 단어를 내세우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예전에 비해서 더 멀리 있는 사람과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시간에 만남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 만남이 의미를 얻으려면, 소통의 개념부터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자료 2〉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당신은 오늘 몇 명의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가졌는가.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수업을 받는 학교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러간 식당에서, 옷을 사러간 백화점에서,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공통감'으로 만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매일 만나고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마저도 쉽지가 않다.

 

'나무'는 서로의 간격을 인정하며 제가끔 서 있어도 더불어 소통하며 '숲'을 이룬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 숱한 '사람들'은 숲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모여 있지만 각각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고, 타인과 소통이 단절되며 소외 의식을 느낀다.

 

〈자료2〉의 비유적 심상을 지닌 시어를 〈자료1〉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1〉의 타자는 〈자료2〉의 '낯선 그대'이다. '나무'들은 자신들의 욕망이나 특정 개념, 이해 여부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며 제가끔 서있어, 상호 소통의 장인 '숲'을 이루었다. 그대와 내가 숲이 된다는 것은 서로 소통 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료 3〉 트위터는 숲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은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가 우연히 트위터를 접했다가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출간한 것으로, 원제는 Twitter Power이다. 그는 트위터는 얼핏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아직 그 가능성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매체라고 믿고 있다. 마케팅 도구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개인적 삶과 공동체 삶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소통 방식은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되어 있으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자료3〉의 필자는 트위터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가 또는 정치가에게 SNS는 큰 매력을 지닌 도구가 된다. 하지만 상업적 정치적 도구로서 전략적으로 SNS가 이용된다면 진정한 소통의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SNS는 시민 간의 소통을 증대하는 민주적인 언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트위터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였다. 그런데 인터넷 중독이나 휴대폰 중독은 인간 소외 현상의 일종이다.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다움이 전제되어야 하며, 매체에 인간이 종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위터 공간은 사이버 속 가상세계이다. 너무 가상 세계 속 인맥에만 치중하다 보면, 실제로 함께 생활하는 주변의 인간관계에 소홀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학교 친구는 없는데, 온라인 게임의 길드와 같은 인맥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과 만남이 가상 세계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되며, SNS는 현실 세계의 소통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 쟁점 확대하기

 

1. 찬성

 

가. SNS로 인해 지구는 하나라는 말이 쉽게 공감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은가. 더 폭넓고 편리하며 기능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소통을 증대해 주고 있다.

 

나. 새로운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다. 중요한 점은 누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접하느냐에 달려있다. SNS는 시민간의 소통을 증대시키고 시민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민주적인 언론의 장이 될 수 있다.

 

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며, 미디어는 우리 삶의 확장된 한 모습이다. 시대적 대세를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 가상 세계는 현실 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교육, 행정,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는 인터넷 세계를 배제하고 돌아가기 힘들다.

 

2. 반대

 

가. SNS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접속 기회에 따라 차별이 발생한다. 실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은커녕 전화 통화도 해 본 적이 없으며 물질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나. 대기업이나 정부의 개입으로 정보통신매체를 장악하여 미디어의 도구화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나 활동보다는 그들을 제어하려는 정치권력의 강력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다. 인터넷 공간은 가상 세계이지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또한 SNS에 올라오는 정보의 신뢰성과 책임 소재를 보장하기 어렵다.

 

■ 쟁점 기출문제

 

1. 2010 건국대학교 수시 1차

 

문제 1 :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소통'에 대한 관점을 비교 분석하시오. (501~600자)

 

문제 3 : 제시문 [가]~[다]를 참조하여 [마]와 [바]에 나타난 소통의 양상을 살피고,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901~1,100자)

 

2. 2002 서강대학교 예시 3차

 

제시문 (가)와 (나)는 기술이 차간의 의식과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시문을 참고하여 디지털 시대의 특징과 그러한 특징이 생겨나게 된 원인에 대해 논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