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근 시인(52)에게 시 쓰기는 노동이 아니라 사랑의 수고다. 고등학교 땐 꽃시처럼 만지면 터져버리는 시를 썼다. 알알이 맺힌 산딸기처럼 손대면 물들이는 시도 있었다. 모든 시는 생명을 잉태하는 일. 전주 평화드림교회를 맡고 있는 목회자의 삶도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겐 보리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대변하는 겁니다. 보리를 심고 가꾸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춘궁기에는 보릿고개도 겪었죠."
"모르면 무식해진다"는 시인은 이제서야 시집'보리와 기도(심상)'를 펴내고 30년 시와 더불어 살았던 삶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지내오면서 강의해오다 막상 시를 쓰기 시작하니 어려웠다.
2009년 '심상(心象)'으로 문단에 나왔으나, 실제 시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20여 년 전.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을 무렵 백일장 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서울대 교수와의 오랜 인연으로 시집의 발문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시집에는 자연주의 서정을 담은 '보리시' 연작을 비롯해 시·시어·시의 진실을 다룬 은유시, 사랑에 관한 시까지 다채롭다. "평론도 어렵고 창작도 어렵지만, 그래도 교과서에 남을 시를 쓰겠다"는 각오로 매일 시를 거른다.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전주 평화드림교회 담임 목사, 드림지역아동센터 대표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