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는 자립경제를 지향하는 공동체조직이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대표 최정환 원주한살림대표)'. 농업·교육·소비자·사회서비스·문화·환경 관련 지역 공동체조직과 사회적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내걸고 있는 기치는 '가난하고 무지한 이들이 일구는 착한경제'. 조직간 협력을 통해 공동체단체들의 성장과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 단체가 생각하는 '발전'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활동을 기반으로 건강한 공동체 자립기반을 쌓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풀뿌리 경제공동체조직들이 자발적으로 구축한 상호지원망이다.
▲ 22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참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지난 2003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로 출발했다. 1960년대부터 협동조합운동이 시작된 원주에는 다른 지역보다 협동조합이 발달했다. 협동조합은 지역자립의 경제기반을 만들고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공동체 경제활동)와 맥락을 같이한다.
원주의 협동조합운동은 신용협동조합운동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농업 소비자 교육 문화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했다. 도-농직거래를 위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현 한살림)도 원주에서 처음 선보였고, 생산자 중심의 생명농업협동조합도 원주가 시초다.
이러한 원주지역 협동조합 17개가 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결성했고, 협의회에 5곳의 사회적기업이 참여하면서 2009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탄생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들은 협동조합이 만들었거나 지원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네트워크에는 친환경농업(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 신용 교육 사회서비스 환경생태 문화 등 7개 분야의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원주한살림·가톨릭농민회·남한강 삼도생협·원주생명농업·살림농산·친환경급식지원센터·(합)햇살나눔·신화마을·행복한시루봉·신화마을·원주생협·원주노인생협·원주의료생협·상지대생협·원주밝음신협·갈거리사랑촌·소꿉마당·참꽃어린이학교·성공회나눔의집·원주지역자활센터·원주YMCA아가야·(유)다자원·(주)노나메기·문화생협·(영)신화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협동조합 회원수는 3만5000여명. 원주시 인구의 10%다.
▲ 공동체 자립운동 주도
지난 1965년 결성된 원주한살림은 지역 농민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농직거래를 처음 시도했다. 직거래운동은 지역에 친환경농업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지역 농민들의 소득기반을 확충하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원주한살림은 (주)살림농산이라는 자회사도 만들었다. 살림농산은 참·들기름을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중심이 돼 조직한 원주생협은 계약재배를 위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원주의료생협은 지역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조직됐다. 조합원들의 출자로 병원이 설립됐으며, 회원들은 이곳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소꿉마당은 공동보육과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조직이다.
이렇듯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지역민들의 자립경제기반을 만들면서 공동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바로 네트워크는 이들 개별 단체들이 하는 활동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경제공동체 협력시스템 구축
네트워크는 지난 3월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사회적경제 블록화사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블록화는 참여단체들이 상호간에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공동체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참여조직들이 단체 또는 사업별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생산-가공-유통-소비조직이 유기적인 협력망을 구성해 공동생산 가공 유통 소비를 하는 것이다. 관련 회원들도 협력망이 구축된 단체를 이용한다. 이는 곧 네트워크안에서 지역경제 순환망이 조직되는 것. 로컬푸드운동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각각의 단체들은 매출증대와 고용 창출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참여 단체들의 구체적인 '상호부조 흐름도'는 9월쯤 완성될 예정이다.
참여 조직들은 조합원이나 회원 확대, 매출증대, 금융지원, 상호출자, 인적·물적 후원, 사회서비스제공, 교육이나 강사 공동활용, 협동기금 조성 등을 먼저 하기로 했다.
특히 협동기금은 조직별로 수익의 일정액을 적립해 모으는데, 이 기금으로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분야의 공동체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네트워크는 참여 조직들간 가치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치 공유는 지역 경제자립을 위한 공동체운동의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