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이 부실해 골치를 앓았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년차 왼손 투수 심동섭(20)이라는 '흙속의 진주'를 발굴했다.
심동섭은 9일 LG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6회부터 구원 등판, 4이닝 동안 12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7개를 뽑아내는 괴력투를 선사하고 시즌 2세이브째를 따냈다.
안타는 물론 볼넷 1개 주지 않고 4이닝 동안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후반을 찍었고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LG 타선을 쉽게 돌려세웠다.
유동훈, 한기주, 손영민 등 확실한 마무리 투수 없이 상황에 따라 돌려가며 뒷문을 막아왔던 KIA는 왼손 투수 심동섭이 소방수로서의 자질을 뽐내면서 위안을 얻었다.
특히 이범호-최희섭-김상현 등 중심 타자가 줄부상을 당해 최대 위기를 맞은 이날, 심동섭이 겁 없이 LG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내 2-0 승리를 지키면서 KIA는 2위 수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한 심동섭은 첫해 5경기에서 2⅔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홀드 1개, 평균자책점 6.75를 남겼다.
2군에서도 10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8.44로 썩 강렬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두둑한 배짱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1군의 계투 요원으로 기량을 검증받기 시작했고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후반기부터는 7경기에서 10이닝 동안 무자책점 행진을 벌이며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입지를 넓혀갔다.
필승조의 일원이 된 심동섭은 9일 현재 3승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 중이다.
왼손 자원이 즐비한 SK와 권혁이 버티는 삼성과 달리 확실한 왼손 불펜이 없어 고민이 깊었던 KIA는 심동섭이 성장하면서 두 팀과의 힘 대결에서 밀리지 않을 토대를 쌓았다.
심동섭이 여세를 몰아 KIA의 '지키는 야구'에 힘을 보탠다면 오리무중에 빠진 신인왕 경쟁에서도 앞서갈 찬스를 잡았다.
전반기에 쌍두마차를 형성했던 투수 임찬규(LG)와 타자 배영섭(삼성)은 각각 경험 부족과 부상(왼손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에 발목이 잡혔다.
심동섭은 프로 입단 후 5년 이내에 투수는 30이닝 이하, 타자는 60타석 이내(이상 당해연도 제외) 기록을 남긴 선수에게 신인왕 자격을 준다는 한국야구위원회 대회 요강에 따라 올해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심동섭은 9일 세이브를 수확한 뒤 신인왕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면서도 "주전들의 부상으로 팀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남아 있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고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젓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