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증시 '지원군' 여력 바닥났나(?)

폭락 장세에서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지원군 역할을 해온 연기금의 매수세가 약화하고 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적극적으로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자 매수여력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매수 시점이 늦어졌을 뿐매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가를 부양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 투입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는 것이다.

 

코스피가 6거래일 연속 급락한 지난 2-9일 연기금은 평균 3천100억원 순매수했으나 19일에는 20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이날 코스피는 역대 세 번째 큰 규모로 폭락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을 감안해 연기금이 매수 시점을 늦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후 코스피가 급락하며 1,400선을 이탈한 뒤에도 연기금은 6개월간 약 4조4천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맏형 격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의 매수 여력은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340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목표대로 국내 주식에 자산의 18%를 투자한다면 연말까지 약 9~10조원의 자금을 추가 집행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주식에 투자한 4~5조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를 더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8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운용자금의 약 5%를 국내주식에 투자한다.

 

주식 투자 비중이 크지 않지만 지수가 추가 하락해 투자 매력이 생기면 자금 집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22일 국내 증시에서도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기관의 매수 규모가 확대됐다.

 

외국인과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천426억원, 1천974억원 순매도한 이날 기관은 2천951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의 순매수는 6거래일만이다.

 

기금의 순매수는 402억원에 그쳤지만 우정사업본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국가)가 1천470억원의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투신과 증권은 각각 2천176억원, 1천96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으로 기관의 매수세 역시 '시장 방어'보다는 수익 추구를 목표로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이사는 "주가 부양보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손절매 물량때문에 기관의 매수가 약화한 측면이 있다"며 "일정 부분 손절매가 마무리되면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투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폭락장에서 손실이 많이 난 투신사와 자문사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당분간 적극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펀드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된다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