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전북 기업사] ⑨세풍 워크아웃, 비추얼텍에 매각

계열사 확장으로 자금난…정보통신업체에 매각

세풍공장 내 철로. (desk@jjan.kr)

군산의 토착기업으로 제지와 합판사업으로 성장한 세풍그룹도 계열사를 무리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매각작업을 진행한 채권단과 회사는 지난 2002년 10월 버추얼텍 컨소시엄과 2023억원에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업체인 버추얼텍의 세풍 인수에 대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인수 회사들이 채권단 출자분 747억원을 179억원에 인수하는 등 감자와 주식 헐값 매입 등으로 실제 인수대금이 200억원에 불과하고 액면가로 인수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150억원의 이익이 생겨 결국 공짜로 세풍을 인수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대중 정권 말기에 기업의 워크아웃을 서두르는 모습과 함께 버추얼텍이 자기보다 덩치가 10배나 큰 세풍을 인수했다는 자체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통적으로 50년을 제지사업에 투자하고 제지사업을 일구어 낸 세풍을 이제 막 시작하는 IT벤처회사가 어떻게 인수하며, 제지와는 전혀 다른 업종의 회사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 나갈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등 채권단이 산정한 세풍의 청산가치는 1800억원였다.

하지만 버추얼텍은 140억원 정도를 투자해 총지분의 30%이상을 확보함으로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문제는 인수하기 전 해에 매출액 123억원에 80억원의 적자를 본 버추얼텍이 어떻게 세풍을 인수할 수 있었느냐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버추얼텍이 300∼500억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업계의 시각였다.

당시 H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2000억원대의 부동산과 4000억원대의 생산설비, 500∼9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를 채권단이 불과 2000억원에 매각하면서 2100여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듯이 버추얼텍의 세풍 인수에 대한 의문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2004년까지 가면 모든 돈을 다 갚을 수 있다는 세풍을 도중에 제값도 못받고 버추얼텍에 넘긴 정부의 정책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지난 2000년 외국기업이 2400억원에 세풍을 인수하려 했을 때 가격이 낮다고 팔지 않았던 채권단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버추얼텍에게 헐값에 세풍을 넘긴 것은 정부의 무언의 압력(?)때문이었다는게 중론였다.

세풍 관계자도 "워크아웃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이 인수나 매각을 할 상대가 정말로 잘 해낼 수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함에도 거저 주듯 팔아버린 행태는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되는 처사다"고 주장했다.

S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도 "채권단이나 은행단에서는 버추얼텍이 몇 백억원의 자본금이 있기 때문에 매각 할 수 잇다고 하나 자금능력이 탄탄하지 않은 회사의 무엇을 보고 채권단이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의문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제지사업 경험도 없는 버추얼텍이 자칫 경영을 잘못해 또 다시 세풍이 파산으로 몰릴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이었다.

하이닉스와 현대오일뱅크가 그 대표적 실례로 제기됐다.

현대는 정부의 중재 아래 퇴출 위기에 있던 한화에너지를 맡았지만 결국 파산의 길을 걸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고 정유업계를 퇴보시키는 악역을 담당했던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세풍이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기업주에게 억지로 경영권을 가로채 덤핑 처리하듯 세풍을 정리한 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일 뿐이며 이로 인해 부실이 양산된다면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및 채권단의 처사에 불만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