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며칠 다녀오고 비에 며칠 볶이고 나니 어느새 여름이 다 지나갔다. 준비 해 놨던 여름옷은 반도 못 입었고 혹시나 비에 젖을까 가방도, 신발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이렇게 패셔니스타들에게는 올해 여름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에 속상해 할 때가 아니다. 벌써 선선해진 기온에 마음 추스르고 발치 앞으로 다가온 가을을 준비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여름 내내 망가뜨려 놓은 피부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살 좀 타고 주근깨 몇 개 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장담하건데 이번 겨울 당신의 피부 상태는 최악일 것이다.
피서 이후 가장 많이 상하는 부위지만 동시에 그냥 지나가는 부위가 있다. 바로 두피와 머리카락. 두피 또한 피부인데 햇빛에 망가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수영장의 화학 물질은 모발의 단백질 성분을 변질 시키는데 이 또한 간과하는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상한 머리카락은 복구가 불가능 하니 과감하게 자를 것을 권한다. 상한 머리카락이 아까워 계속 가지고 있다가는 건강한 부분도 함께 버리게 될 것. 상한 머리를 잘라 냈다면 이제 모발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가장 기본은 샴푸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머리 감기 단계이며 이 때 손톱이 아닌 손가락 지문을 사용해야 한다.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단백질 팩으로 손상된 큐티클 층을 채워주고 모발이 건조해 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얼굴처럼 수분 에센스를 수시로 뿌려준다. 유난히 비가 많아 습했던 이번 여름은 두피의 pH균형을 깨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 때문에 갑자기 비듬이 생긴 경우도 있을 것. 이때는 비듬 전용 샴푸로 교체하고 머리를 감은 후 물기가 남지 않도록 완전히 말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머리카락을 다 말리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비듬 등의 피부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공 조이기는 피부 관리의 기본이다. 더운 날씨에 노폐물 분비가 많아지면 모공이 커지고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한 번 늘어난 모공의 크기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모공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지가 가득 차기 전 딥 클렌징(Deep cleansing)으로 노폐물을 먼저 제공하고 찬물 세안과 차갑게 보관한 스킨으로 모공을 닫아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습한 여름인데 오히려 피부가 건조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자외선과 에어컨 바람이 주범이다. 수분으로만 이뤄진 미스트를 자주 뿌려줬다면 방지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미 늦은 상태. 이때는 '수분 마스크' 사용이 절실하다. 요즘은 디톡스 효과나 진정 효과 등을 포함한 멀티 제품이 늘고 있어 보습 뿐 아니라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분 함유율이 높은 알로에는 민감한 피부나 자외선에 지친 피부에 적당하니 참고할 것. 수분이 목적인만큼 보습력은 기본이고 끈적이지 않는 발림성, 가격 등을 절충해 골라보자.
바캉스가 남긴 피부 훼손은 종류도 갖가지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 상태라면 차갑게 만든 수분 마스크와 냉장고에 보관한 스킨이면 재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다. 임시방편이 끝나면 지속적인 수분 사수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피부가 거뭇하게 이미 그을린 상태라면 이제 화이트닝에 힘써야 할 때. 색소 침착으로 이어지지 않게 비타민 C 성분이 들어간 보습제를 사용하고 화이트닝 제품으로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피부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각질제거와 보습 크림, 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길 것. 이 세 가지를 챙긴다면 하얀 피부는 금방 돌아올 것이다.
바캉스 후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각질 탈락과는 다르지만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가 제거되고 새 피부가 생겨나고 있는 재생 단계. 무리하게 뜯어내면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하얗게 일어난 피부가 신경 쓰인다면 부드러운 각질 제거제를 추천한다. 미세한 스크럽이 든 바디 샤워가 안성맞춤. 다른 때보다도 보습제를 꼼꼼히 발라야 원래 피부결과 색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원래 건조한 피부라면 각질 제거제 사용은 '전문의 상담'을 요할 만큼 위험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