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국내 성공사례 - 5)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

주민들 "공동으로 믿을 수 있는 농산물 사고 팔자"…무농약 생산물품 우선 선정, 조합원 갈수록 늘어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desk@jjan.kr)

마을기업이 농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 1천만명의 수도'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미산마을은 도심속의 공동체로'공동'활동,'공동'사업으로 유명하다.

 

해발 66m의 야트막하고 5만800㎡의 아담한 '성미산'주위의 사람들이 1994년 조금씩 출자한 돈으로 어린이집을 만들었고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이후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모두 7곳으로 늘어났고 공동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가 하면,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공동체라디오 마포FM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친환경 유기농 동네식당 성미산밥상, 되살림가게(지역화폐사용 재활용매장), 한땀두레(수공예 협동사업체),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유기농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카페 '작은 나무'등이 마을기업 형태로 자리잡았다.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은 지역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사고 팔자는 뜻으로 뭉쳐 2000년에 설립됐다.

 

마포두레생협 성산점은 24평 크기로, 수백종의 '친환경 유기농'농산물을 판매한다. 조합원은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000원의 적립금을 낸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이라서 믿을만한 먹거리인데도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 농산물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유기농 판매장의 농산물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조합원이 출자해서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이 직접 거래하니까 유통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김양숙씨(39)는 마포두레생협 성산점에 대해 "처음에 생겼을 때 농산물 그 자체는 신선해 맛이 좋았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조미료·화학약품 등 첨가물이 없어 맛이 별로였는데 갈수록 맛이 좋아져 이젠 대기업 제품에 비해 맛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다"면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생협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품목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들어오는 양이 많지 않아 품절되기가 쉽다. 필요한 농산물이 있으면 성산점에 있는지 전화로 확인해보고 온다"면서 "물건이 없는 경우가 적지않고 저녁 9시까지만 문을 열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좋은 제품을 산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곳은 무농약, 유기비료로 생산된 물품을 우선 선정한다. 무농약이 어려운 품목은 저농약 품목(쌀, 고추 마늘 토마토 딸기 콩 등 채소, 사과 포도 배 등 일부 과일류)을 취급하고 잡곡류·밀가루 등 유기 농업이 어려운 품목은 반드시 국산 농산물을 다룬다.

 

두부 콩나물 두유 케첩 마요네즈,햄 어묵 미역 김 북어 오징어 등 가공품은 유기 농산물과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하고, 가공 중에 유해 첨가물을 넣거나 화학 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다. 고창 복분자주·무주 머루와인도 눈에 띈다.

 

유정란 닭 돼지 한우 산양유 등은 성장호르몬제를 안쓰고 항생제를 최대한 줄이며, 건강한 환경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취급한다.

 

천연 세제, 재활용 비누, 재생휴지, 치약, 면 생리대 등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생활재를 판매한다.

 

이 같은 마포두레생협의 변함없는 원칙에 조합원은 날로 늘어 이제는 5000명을 넘어섰다. 2001년 성산점이 처음 세워진 이후 2007년 용강점, 2010년 신내점이 추가 개점됐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재벌을 배불리는 대형마트에 가능한 가지 않는다.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우수함을 알고 농민을 돕는'상생'의 소비를 실천하기 위해 생협을 이용한다.

 

마포구 성산동 이기호씨(67)는"동네 구멍가게가 대형마트에 치어 자꾸 문을 닫는데 생협만큼은 우리 손으로 지켜내려 노력하고 있다"면서"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과일·채소 등의 물건이 워낙 좋으니까 전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생협과 함께 성미산마을의 마을기업들은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을 높이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매년 2000명 이상이 견학과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고 학술논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네부엌'은 유기농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인기 만점이다. 카페'작은 나무'는 유기농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시골의 모정처럼'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그냥'하릴없이'지나다 들러 반가운 마을의 얼굴들끼리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곳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선사하기도 한다. 대관으로 수입도 발생한다. 마을공동체·마을기업의 또다른 형태로서 '사람많은 서울에서나 가능한 얘기지…'라고 한정짓기에는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