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먹고 살만해지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더불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수명은 늘어났으나 병상에 누워서 부양받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가족은 물론,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짧게 앓고 죽을 수는 없을까?
이런 맥락에서 최근 건강지도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건강(健康)이란 일반적으로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지역민들의 건강상태를 알기 쉽게 그려 놓은 것이 바로 건강지도(健康地圖)이다. 이것은 '건강성과, 질병예방, 의료효율성, 의료공급 등 각종 의료와 관련된 데이터를 토대로 지표를 만들어 지역별 건강점수를 매긴 것'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건강정책 등을 수립·시행하는데 있어 지역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 건강지도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 싶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2010년도)에 의하면 전라북도내 의료공급량은 전국 상위권인데 도민들의 건강지수나 질병예방 성과, 중증질환 환자의 도내 의료기관 이용률 등은 타 시·도에 비해 우수하지 못하다. 이는 인구대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많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만의 노력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나서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들의 건강과 의료수준을 높이는데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공약에 의료나 건강은 별로 없다. 한결같이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건설 등 하드웨어적인 공약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암환자가 많이 발생해도 만성질환에 걸려 삶이 곤곤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시장, 군수, 도지사를 탓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전북도민들을 위한 바람직한 건강지도를 그려야 한다. 우리 전라북도의 자연환경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정지역에 속하지만 단지 산 좋고 물 맑다고 주민들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에서 어떤 건강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지역민의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지역적으로 생활습관병에 대한 예방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체계적인 의료전달체계와 우수 의료기관을 가진 지역이 살기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 지역건강은 단순히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공급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서 해야 될 일은 고혈압, 당뇨, 암 등 생활습관병에 대한 적극적인 근거중심 보건의료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첫째,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대책수립에 연계하는 것이다. 둘째, 이를 위해 질병예방을 중요시하고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보험자, 의료기관, 언론매체, 비영리단체 등 모든 관련 기관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건강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목표와 서비스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기조위에 지방정부는 중증질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에 있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앞장서야 한다. 예를 들어 도내 어떤 도시는 비슷한 인구를 가진 원주, 진주, 양산 등과는 달리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응급환자 및 중증질환자가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이 곳은 지역내 중증환자 진료율이 2%대로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표준화사망률(인구 10만명당 한 해 사망자수) 등 각종 지표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건강수준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지나친 의료비의 관외 유출로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단지 유치와 같은 가시적인 분야도 중요하지만 전라북도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지원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의 선거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건강지도를 그릴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