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치세(治世)의 근원은 가정경제다

최영식(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

 

가계빚의 급격한 증가는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및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결과적으로는(가치판단은 유보하고) 경기부양책을 통해 가계부문의 유효수요(有效需要)를 꾸준히 확대해왔고,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에서 큰 어려움을 경험했던 시중은행들이 우리의 산업경제를 견인할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가계대출 시장으로의 무차별적인 진입이 지속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가계부문 스스로도 정부의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에 편승하면서 지속적인 자산의 가격상승에 고무되어 가계빚을 키워온 측면도 크다 할 수 있다. 사실 경제전반(생산, 소득, 소비, 수출, 고용 등)이 일정 수준으로 지속성장을 계속한다면 가계빚 증가는 큰 우려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네 사정이나 바다 건너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경제 주도국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그다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의 살림살이인 가정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이고 정책당국이 분주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최근에 대출총량의 억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제도시행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시중은행과 서민금융기관 등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내몰린 서민대중과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대부시장에 손을 벌려야하는 역기능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보도에 의하면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치세(국가를 경영하는 일)가 곧 경제다. 경제를 뜻하는 영어 'Economy'는 본디 '가정의 살림살이'를 의미한다. 이것이 학문으로 동양에 도입되면서 '경제학(經濟學)'이란 신조어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장자(莊子)의 동양고전에 '세상을 잘 경영하여 백성의 살림살이를 구제하라'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빌려온 말이다. 이후 '정치경제'라는 의미로 확장된 지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제가 곧 통치의 영역'이 되었다.

 

따라서 가계빚으로 인해 백성들의 살림살이에 큰 문제가 생겼다면 그 경제정책 또한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바로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 및 재정, 적정한 수준의 임금과 유연한 노동환경, 대기업으로부터의 자영업시장 보호, 등록금과 사교육비를 포함한 물가관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그것이다.

 

또한 금융부문도 그동안 가계에 빚을 권해온 은행들이 고용을 창출해야 할 수많은 중소기업가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그들의 본업인 기업금융을 유인하고, 저소득층이나 중소자영업자 등 가계금융은 바로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뛰며 애환을 함께해온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들이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전이 들려주는 '치세는 경제이며, 경제는 가정의 살림살이를 구하데 있다'는 경세제민의 지혜를 다시 새기며 한가위를 맞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한가위가 있어 그래도 언제나 희망이다.

 

/ 최영식(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