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무예이자 대표적인 무술이다. 1960년대 이전에는 단지 심신을 단련하는 무도의 범주에 그쳤다. 태권도가 스포츠로 발전한 건 1961년 9월16일 대한태권도협회가 결성돼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로 등록되면서 부터다. 1973년엔 세계태권도연맹이 결성되고 이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림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스포츠로 발돋움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시킨 효자다. 북한과 일본의 견제를 뚫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메달 밭이 됐다. 1994년 IOC는 태권도를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태권도협회가 창설된 뒤 33년간 태권도 인들이 쏟은 땀과 눈물로 얼룩진 고난과 역경의 개가였다. 이때부터 태권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으로 솟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태권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이자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글로벌 스포츠가 됐다.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된 태권도 회원국은 189개 국에 이르고 회원 수만 해도 7000만 명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그제(4일)가 '태권도의 날'이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2006년 총회에서 9월 4일을 '태권도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이 날을 전후해 기념식과 문화 축제 등 여러 행사들이 펼쳐졌지만 정작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속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뒤따라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고민이 없다. 올림픽 종목에서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또 태권도 메카로 조성되는 무주 태권도공원 성지화 작업 역시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지도 관심 밖이다.
2009년 태권도의 날에 기공식을 가진 태권도공원(231만 4000㎡) 사업은 공정률이 15% 안팎이다. 2017년 완공 예정인 6000억 짜리 공사에 지금까지 투자된 예산은 817억 원에 불과하다. 내년 예산도 기대난망이다. 이런 걸 보면 출범 첫해에 이미 '태권도 명품화'를 선언한 정부 답지 못하다.
태권도 순례와 수련의 장으로 조성함으로써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 대표 문화브랜드이자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