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폐교 활용 문화공간 '임실 오궁리 미술촌' 붕괴 위기

지자체 무관심 속, 바닥 내려앉고 지붕 무너져…개관 17년째 보조금 한 푼 못받아

임실 오궁리 미술촌이 지자체의 무관심속에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은 곳곳에 곰팡이가 서려있는 실내 모습. (desk@jjan.kr)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해 개관했던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 미술촌이 비가 새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 폐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오궁리 미술촌은 지난 1995년 도내에서 활동하는 도예·조각·한국화 등 다양한 장르의 중견 작가들이 폐교된 오궁초등학교를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받아 마련한 전국 최초의 공동 창작 작업실로 관심을 모았다. 오궁리 미술촌은 2003년 한국예술촌총연합회를 창립해 '전국문닫은학교연합예술제'를 이어오면서 가까스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다른 시·도에서 운영중인 미술촌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관심 부족으로 갈수록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15명 안팎의 작가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현재는 7명에 불과하다.

 

작업장, 숙소, 야외조각장, 가마실 등을 갖춘 오궁리 미술촌(991㎡)은 일부 보수공사가 이뤄지긴 했으나, 작업실 기능은 거의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입주 작가는 "초등학교 강당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의 바닥이 내려앉고 지붕이 무너져내려 5년전 미술관을 폐쇄, 현재는 작업실만 겨우 꾸려가고 있다"며 "미술관이 없는 미술촌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작가도 "오래된 작업실에는 누수가 잦아 작업장으로 쓰기엔 문제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작가들은 매년 건물 임대료 270여 만원을 소유자인 교육청에 내고 있다.

 

전북도나 임실군 등 자치단체에서는 보조금은 커녕 폐허 건물을 방불케 하는 창작공간을 보수하는 것조차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다른 지역 자치단체들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폐교를 리모델링하고 운영비까지 보조해주고 있으나, 임실군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

 

오궁리 미술촌 개관 때부터 촌장을 맡아왔던 조각가 전병관씨는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임실군이 건물을 교육청으로부터 사들여 새롭게 리모델링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