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초라한 성적표

꿈과 열정 그리고 도전의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의 규모인 이번 대회에는 언어, 피부,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202개국에서 선발된 1945명의 건각들이 뛰었던 육상 드라마였다.

 

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 못지않게 희망을 선사한 의족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육상의 전설적 인물 마이클 존슨은 피스토리우스를 '두 다리가 없음에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가 세계 육상의 신기원'이라고 했다.

 

지구촌 수십억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한반도의 남쪽도시 대구로 쏠렸지만 세계 신기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베이징 올림픽과 베를린 세계선수권에 이어 또 한번 단거리 3관왕을 노리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또한 세계 신기록을 무려 27번이나 갈아치운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는 정상탈환으로 베를린의 아픔을 씻겠다는 각오였지만 결과는 그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다. 허들의 로블레스는 루시앙의 손을 의도적으로 건드려 실격 처리됐다.

 

반면 의족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피스토리우스 선수와 시각 장애인 아일랜드 제이슨 스미스 선수는 비장애 선수들과 함께 겨루며 메달을 획득하는 불굴의 의지와 아름다운 도전 정신을 보여줘 감동을 더해 줬다.

 

안방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스웨덴과 캐나다의 뒤를 이어 3번째 개최국 노메달 위기에서 이벤트 종목인 남자 T53 휠체어 400m 경기에서 2·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며, 세줄기 눈물 김덕현은 발목 부상으로 멀리뛰기 결승을 포기하는 아픔도 있었다.

 

참가자 1847명의 혈액검사 결과 금지약물 0의 클린대회 이미지를 심어준 것처럼 쿨하게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힘차게 도약할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기대해 본다. 자랑스런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이경민(김제중앙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