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남원제일고 댄스 동아리 '비밀리에'

2002년 순수 학생동아리로 출발 창작안무 인기…각종 축제·행사 초청

남원제일고 댄스동아리 '비밀리에'멤버들이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desk@jjan.kr)

남원제일고의 댄스팀 '비밀리에'는 2002년 순수 학생동아리로 창단됐다. 춤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자연스럽게 모여 수업이 끝난 후 연습을 시작한 것이 댄스팀 창단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연습할 장소가 없어 강당 입구나 빈 교실을 찾아다니며 연습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활동과 실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특별활동 시간, 방과 후 시간, 방학 등을 활용해 공식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지금의 멤버들은 비밀리에 10기들로 두드러진 활약을 하며 그 이름을 빛내고 있다. 1학년 8명, 2학년 7명, 3학년 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학업성적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좋아 공부 잘하는 댄스팀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원제일고는 특성화고교로 졸업 후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학생들 일부는 일찍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에 진출해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걱정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밀리에 댄스 동아리의 활발한 활동이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동아리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는 창작 안무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 학생들 사이에는 우리도 무엇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의 댄스 실력은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입소문을 통해 남원지역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드미컬한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에 비밀에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이고 격정적인 안무가 더해지면 무대는 힘과 흥이 넘친다.

 

그동안 비밀리에를 거쳐 간 졸업생만도 250여명에 이르며, 그 가운데는 예술대학에 진학해 댄스를 전공하는 이도 있다. 특히 후배들이 공연을 하면 선배들이 찾아와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하는 등 선후배간의 정이 끈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동아리이다.

 

눈 앞에 닥친 입시에, 이른 취업준비에, 남 몰래 비밀스럽게 감추고 지내야 하는 여고생들의 꿈이 한 송이 한 송이 영글고 있는 것이다. '

 

"처음엔 학교 친구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절로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젠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다른 학교 학생들이 저희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에요."

 

동아리의 막내인 이은진(1년) 학생이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춤에 대한 열정과 넘치는 흥 그리고 끼가 모여 자연스럽게 결성된 여고생 댄스 동아리 '비밀리에'.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힘겹게 도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담아 연습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비밀리에는 우리 안에 감추어 둔 춤에 대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보여 주고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김성은 학생(1년)은 춤 하나를 완성하고 가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비밀리에를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웃음을 되찾고 학교생활도 즐거워진 것 같아요."

 

동아리 리더 유연지 학생(3년)은"춤을 추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며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나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서예지(2년)학생은"지난번 TV에서 한류댄스가수들의 유럽콘서트를 보았어요. 나도 그 속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관중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가 환상적 이었거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열심히 춤을 추고 있죠. 후에 직업이 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고 말했다.

 

비밀리에는 이제 남원제일고만의 자랑이 아니라 남원시를 넘어 전북을 대표하는 댄스팀으로 도약하고 있다. 2011년 상반기에만 해도 남원시 벚꽃 축제, 전국 청소년 마술대회, 춘향제, 남원시 청소년 문화존, 전라북도 장애인 한마당, 전국검도대회, Korea Open 국제 롤러 대회 등 수많은 축제와 행사에 초청돼 독보적인 댄스 실력으로 갈채를 받았다.

 

채규환 지도교사는 춤에 열중한 학생들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학생들이 힘든 과정과 열악한 연습 환경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서로의 꿈을 공유하면서 아름답게 성장해 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김재균 교장은 "21세기는 문화와 예술이 지배하는 시대이다"며 "우리 학생들이 꿈과 이상을 세우고 이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라며 학교에서도 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비밀리에는 오는 22~23일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전국 실고생 경진대회에 전라북도 대표로 출전한다. 오늘도 연습실을 춤과 땀으로 달구어 내는 이들 여고생 댄스팀이 어떤 결과를 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