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3-1로 꺾은 조코비치는 올해 4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개를 휩쓸었다.
호주오픈과 윔블던에 이어 US오픈마저 석권한 조코비치는 올해 66전 64승을 거뒀고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10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프랑스오픈 4강에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에 패하기 전까지 43연승을 내달린 조코비치는 시즌 승률 96.97%를 달성해 1984년 존 매켄로(미국)가 세운 역대 시즌 최고 승률인 82승3패(96.47%)를 앞섰다.
12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지 못한 것이 2번뿐이다. 우승한 코트는 하드코트에서 6승, 클레이코트에서 3승, 잔디코트에서 1승으로 다양하다.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거둔 것은 조코비치가 역대 6번째일 만큼 뛰어난 성적이다.
2008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메이저 대회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사실 지난해만 해도 나달과 페더러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됐다.
올해 24살이라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나달과 페더러의 '양강 체제'를 허물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 조코비치가 올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파워와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단법인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의 이형택 이사장은 "원래 스트로크가 좋았던 선수지만 체력이 약점이었다"며 "오늘 결승에서도 3세트가 끝난 뒤 허리가 뭉쳐 마사지를 받았는데 이런 것이 조코비치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형택 이사장은 "그러나 최근 체력을 많이 보강해 파워가 한층 좋아졌다"며 "또 올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붙어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조코비치의 앞길은 당분간 탄탄대로가 될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부상 등 특별한 변수만 없으면 조코비치가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페더러는 나이가 서른 살을 넘어 다시 랭킹 1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보다 한 살 많은 나달은 아직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시즌 들어 조코비치에게 6전 전패를 당할 만큼 기량이 달린다.
이 때문에 조코비치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이사장은 "나달이 페더러를 상대할 때는 왼손잡이의 장점을 활용, 상대편 백핸드 높은 쪽으로 공을 보내 공략했지만 조코비치는 그런 공도 188㎝의 장신을 이용해 투핸드 역공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프랑스오픈 우승만 남긴 조코비치는 "올해는 정말 엄청난 시즌이다. 계속 이 기세를 이어가겠다"며 "나달과의 경기는 언제나 큰 도전이다. 앞으로 나달과 더 멋진 승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나 앤디 로딕(미국) 등 다른 선수의 흉내를 잘 내는 유머 감각으로도 팬들에게 어필하는 조코비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