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국가대표 출신인 부모의 '우량 유전자'를 타고난 전북개발공사(사장 유용하) 김지은(19)이 '제23회 전국실업단대항 육상경기대회' 여자 100m와 20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강원도 태백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김지은은 여자 100m 결승에서 12초12, 200m 결승에서 24초70의 기록으로 제일 먼저 골인했다.
김지은은 이번 대회에서 본인의 200m 개인 최고 기록(24초77)도 0.07초 단축했다. 100m에선 초속 2.2m의 앞바람을 안고 뛴 탓에 개인 최고 기록(11초90)은 못 깼지만, 그동안 한 번도 못 이겼던 안동시청 김하나(26)를 2위로 제쳤다.
여자 200m 한국 신기록(11초59) 보유자인 김하나는 100m에서도 역대 두 번째 기록(11초59)을 가진 우리나라 육상 여자 단거리 최강. 여자 100m 국내 신기록은 지난 1994년 당시 안산시청 이영숙이 세운 11초49이다.
올해 전북체고를 졸업하고 지난 5월 11일 창단된 전북개발공사 여자 육상팀에 입단한 김지은은 앞서 '성인 데뷔 무대'였던 전국종별선수권대회(4월) 등 두 차례 전국 대회에서 모두 100m 3위, 200m 4위에 그쳤다. '단거리 차세대 신데렐라'로 불리던 그로선 굴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한 '보약'이었다.
전라중 1학년 때 육상에 입문한 김지은은 2학년과 3학년 때 소년체전 여중부 100m와 200m에서 2년 연속 2관왕에 오르며 대회 MVP까지 거머쥐었다. 고등학교 때도 전국 대회 1, 2위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고 2 때 전국체전 100m 금메달·200m 은메달, 고 3 때 100m·200m·400m 계주서 은메달 3개를 따며 승승장구했다.
중학교 때부터 그를 지도해 온 '스승'이자 '아버지' 김우진 전북개발공사 감독(45)은 "지은이는 승부욕이 강해 웬만큼 아파도 꾹 참고 운동한다"며 "힘이 좋은 게 장점이지만, 모인 힘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건 단점"이라고 귀띔했다.
중 3 때부터 지난해까지 육상 100m·200m 국가대표였던 딸(1남2녀 중 둘째)에 대해 그는 "지난해 실업팀 언니들이 잘 뛰어 (국가대표에서) 밀렸는데, 이제 (지은이가) 하나하나 이길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체고와 성균관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김 감독은 110m 허들 국가대표였고, 어머니 고정금 씨(45)도 '임춘애'가 나오기 전 우리나라 여자 800m·1500m를 주름잡던 국가대표였다. 김 감독의 막내 아들 수환(전주신일중 3학년)도 올 소년체전 남중부 800m 3위, 400m 4위를 차지할 만큼 싹수가 보인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오히려 제 누나보다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북개발공사 선수는 김지은을 비롯해 선민지(21)·김승현(21)·조아영(19) 등 4명. 조아영은 이번 대회 여자 100m에서 7위, 선민지는 여자 멀리뛰기에서 6위를 기록했다. 주 종목이 400m 허들인 김승현이 무릎 부상으로 빠지지만 않았다면, 전북개발공사는 이번 대회 여자 400m 계주에서 메달을 땄을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
그는 "올해 전국체전에서 지은이가 100m와 200m에서 1, 2위, 나머지 선수들은 5, 6위권을 보고 있다"며 "400m 계주에선 2, 3위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