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타당한 기준

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개강과 함께 여기저기서 취업을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졸업을 앞둔 선배들은 물론이거니와 여기저기 기업체를 방문하는 교수님들의 발걸음들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제자들을 취업 낙오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진정성이 느껴져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샘솟기도 한다.

 

뉴스를 통해 접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들의 명단은 나에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라북도 대학들이 대거 포함된 상황도 그러했고 수도권에서까지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튼실할 것으로 예상했던 도내 한 4년제 대학까지 대출제한 대학으로 이름이 올려진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만든 선정의 기준이 무엇이었을까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출 제한 대학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당함을 외치는 기준은 바로 취업률이었다. 지방대학들은 산업구조가 취약해 수도권에 비해 취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했다고 했고 예술대학들은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창업 등의 취업인원을 기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을 큰 오류라고 지적했다.

 

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돼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힌 대학의 총장님들은 줄줄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수도권의 한 예술대학에서는 전체 교수님들이 부당함을 외치며 사퇴하겠다는 결의를 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기업체가 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낮은 임금의 인력들을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로 터전을 옮기고 있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개발도상국의 인력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세계 경제의 불황' '국내 경기의 침체'라는 말은 내가 경제가 무엇이고 경기가 무엇인지도 모를 초등학교 때부터 늘상 들어왔던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자리는 점점 더 줄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대학에게, 교수님들에게 왜 학생들을 취업시키지 않느냐고 몰아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등록금이 비싸고, 출산율이 낮아져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졸업장을 놓고 장사를 하거나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하고 있는 부실대학들은 정리를 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에는 오류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비록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고 해도 씻을 수 없는 오명과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한 번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도 개인의 처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 취업자만으로 취업률을 산정하는데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내년부터 기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과 교수, 그리고 부실대학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발을 내딛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정말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류는 취업률 산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전라북도 대학들이 대거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된 것은 사실 취업할 곳이 변변치 않은 우리지역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고 본다. 지금처럼 계속 지역의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대학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구조조정 하게 되면 그 범주 안에 들지 않을 전북지역의 대학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산업체 인력의 공급처인 지역 대학이 없어지면 우리지역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질 수밖에 없을 테고 말이다.

 

더 이상의 오류나 시행착오는 없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국가의 균형발전을 고려한 지역 산업의 활성화, 우수한 지방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 정부는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에 누가 봐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기준을 먼저 세워주길 바란다.

 

/ 김민아 (전주비전대학 신재생에너지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