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현대사와 함께 걸어 온 '40년 언론 인생'

정연주 전KBS사장 '정연주의 기록' 출간

올챙이 기자부터 언론사 간부가 되기까지 언론인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연주 전 KBS 사장(67)이 출간한 '정연주의 기록(유리창)'에는 '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라는 부제가 함축하듯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투쟁해온 언론의 역사가 기록됐다.

 

그가 유신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언론에 몸 담은 시간은 40년. 책 출간의 가장 큰 이유는 "언론과 관련된 우리 역사와 현실을 젊은이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무용담이 아닌 후배 언론인에게는 편지처럼 다정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소설처럼 흥미로우면서,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한 언론의 이쪽 저쪽 이야기다.

 

동아일보 입사 이후 유신독재와 맞서 싸운 1970년대, 유학길에 올라 뜻하지 않게 경제학 박사가 된 1980년대,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 냉전이 무너지고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1990년대, 한겨레 논설위원과 KBS 사장을 역임하면서 겪은 한국 언론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을 쏟아낸 2000년대 등을 통해 사회와 시대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 증언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아일보 입사 전인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시절,'바보 노무현'과의 인연, KBS 사장이 되는 과정 등은 새로 쓴 것.

 

객관성·공정성의 포로가 되기 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언론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물론 현직 기자들도 읽어볼만 하다. 말미에 그는 그간 버팀목이 됐던 아내 조영화씨와 소년 시절을 함께 못한 두 아들 영빈과 웅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말미에 '그들의 사랑이 나를 지켜주었다'고 적었다. 언론인의 삶에 대한 탄성과 야유가 함께 녹아 있는 이 고백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