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최근까지도 중국인들이 마오쩌둥과 더불어 중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꼽는다.
지나치게 잘 알려진 탓에 영웅와 폭군이라는 양극단의 이미지 속에서 제 모습이 희석돼온 진시황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평전이 출간됐다.
장펀톈(張分田) 중국 난카이(南開)대 교수가 쓴 '진시황 평전'(글항아리 펴냄)은 2003년 중국 런민출판사의 '중국역대제왕전기' 시리즈로 처음 출간된 책이다.
무려 11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속에 진시황의 일대기는 물론 진(秦)의 기원에서 멸망까지의 모든 것을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해가며 꼼꼼하게 복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시황 전후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며 진시황이 결코 평지돌출(平地突出) 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시황이 추진한 모든 정책과 사업은 과거 춘추전국시대에 각 제후국에서 시행됐던 각종 변법, 주나라를 정통으로 삼는 사상과 문화적 전통, 진나라의 선대 왕달이 추진했던 각종 법률ㆍ제도를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령 진시황의 대표적인 치적 가운데 하나인 만리장성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각 제후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축조하기 시작한 것을 확대한 것이라고 한다.
진시황이라는 인물에 담긴 사회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읽어낸 후에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진시황에 대한 평가를 점검하기도 했다.
저자는 "진시황의 '폭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바로 '진시황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한다.
이재훈 옮김. 4만80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