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기 무섭게 쏟어져 오는 지인들의 결혼식 소식은 이제 무섭게 까지 느껴진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회사 동료, 친척들 청첩장에 축의금만큼이나 걱정되는 것은 결혼식 복장. 항상 보는 회사 사람들에게 비슷한 옷을 보여주는 것도, 하객 입장으로 매주 마주치면서 같은 하객 패션으로 나타나는 것도 민망하기는 만찬가지다. 결혼식마다 다 다른 옷을 입기에는 가지고 있는 옷에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살 수는 없는 노릇. 같은 옷을 입지만 다른 옷을 입은 듯 한 느낌을 줄 수 없을까? 이미 갖고 있는 옷을 활용하는 방법 혹은 꼭 필요한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을 가질 수는 없을까? 쌓인 청첩장을 보며 한숨만 쉬지 말고 '나는 스타일이다'를 찬찬히 읽어보자. 괜히 연예인 하객 패션을 따라하다 손가락질 당하는 상황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식을 복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바지를 입을 것인가, 치마를 입을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결혼'이라는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로맨틱 스타일'이라 불리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복장을 선호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원피스 복장을 선택하게 되는 것. 하지만 치마를 입었을 경우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을 찍다가 문제가 생기곤 한다. 앉으면서 올라간 치마 때문에 불편한 자세와 표정이 드러나게 되고 사진에 여실히 남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치마바지라고 불리는 아이템을 이용하면 좋다. 실제로는 바지이지만 통이 넓어 치마 같은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나오는 치마바지는 캐주얼한 분위기 보다는 '로맨틱 무드'에 가깝기 때문에 결혼식 복장에는 그만. 치마바지와 함께 풍성한 셔츠를 입어주면 격식에도 어긋나지 않고 어두운 컬러를 선택하면 가지고 있는 재킷과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다.
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치마바지도, 원피스도 부담스러운 하객은 청바지를 활용하면 어떨까. 결혼식에서 청바지를 입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딱딱한 오피스 룩 보다 오히려 좋은 복장으로 꼽힌다. 강한 워싱이나 스크래치가 들어간 제품이 아닌 생지라고 불리는 한 가지 톤의 청바지나 어두운 색상의 바지를 입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 동안 신부의 웨딩드레스 색상과 같은 흰색 옷은 피해야할 의상으로 꼽혔다. 또한 장례식 조문에 입던 검은 의상도 좋은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색상만 제하더라도 입을 수 있는 옷의 수는 급격히 떨어지고 만다. 검은 옷을 일상 패션으로 이용하는 요즘에는 한 숨이 절로 나오는 일. 결혼식이라고 검은색이나 흰색 옷을 피하지 말고 액세서리를 이용해 변화를 주자. 사실 같은 옷을 입어도 한두 가지 아이템만 변화를 주면 얼마든지 다른 아이템처럼 보일 수 있다. 검은 색이나 흰색 원피스를 입을 경우는 화려한 색상의 재킷을 함께 입거나 무늬와 색이 많은 디자인의 스카프를 매치한다. 화려할수록 바탕색을 죽여주면서 스카프를 벗었을 때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재킷을 구매할 때는 조금 보이프렌드 재킷이라 불리는 큰 사이즈의 스타일을 택하면 캐주얼한 복장을 입을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일명 유관순 룩이라 불리는 검은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는 모든 커리어 우먼의 교복. 이 기본 아이템에도 스카프 매치로 변화가 가능하며 회사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볼드(bold)한 목걸이로 포인트를 주거나 신발이나 가방에 강한 색을 사용한다. 같은 옷을 입으면서도 다른 액세서리를 한 가지 씩만 돌아가면서 하면 많은 창작을 만들 수 있는 것. 이 외에도 날씨가 조금 더 선선해지면 스타킹을 이용을 권한다. 몇 년 전부터 스타킹 자체에 다양한 무늬가 수 놓여 있거나 그 자체로 짜인 제품이 나오고 있다. 색상도 무늬도 천차만별이니 다리에 자신 있다면 활용해보자.
아무리 세상이 변해 청바지도 검은 의상도 허용이 되는 결혼식장이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풀(full) 창작하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이더라도 용서하기 힘든 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