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얄미운 삼성 - 이경재

충남 아산과 경기 파주는 기업이 키우는 신도시들이다. 삼성과 LG라는 대기업이 인근에 거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아산 신도시는 탕정지구가 개발돼 성남시 분당 신도시보다 더 큰 중부지역 거점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탕정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210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곳이다.

 

파주 신도시는 285만평의 신도시 개발에 이어 인근 월롱면에 110만 평 규모의 LG필립스 LCD단지가 들어서 있다. 낙후된 수도권 북부지역이 LG 입주로 활력소를 찾고 있다.

 

두 지역은 기업 덕분에 팽창일로에 있다. 울산 구미 창원 등에 기업이 들어서면서 주민소득이 월등히 높아진 것처럼 두 신도시의 경제 규모 역시 날로 커질 것이다. '현대공화국'이란 별칭이 붙은 울산은 1인당 국민총생산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북은 대기업 불모지대다. 특히 삼성은 전북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수원· 기흥(삼성전자), 성남(삼성테크원)과 충남 연기· 부산(삼성전기), 경남 거제(삼성중공업), 천안(삼성SDI), 서산(삼성종합화학), 울산(삼성석유화학), 인천(삼성정밀화학), 광주·구미(삼성전자) 등 다른 지역에 투자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삼성은 전북에서 보험과 가전제품, 건설업 등에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니 삼성이 밉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 4월 삼성이 통 큰 투자의향을 밝혔다. 새만금지역 11.5㎢(350만평)에 2021년부터 20년간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우선 2025년까지 5년간 7조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랄까, 전북이 삼성투자를 반긴 건 너무 당연하다. 이 구상대로라면 새만금에 아산이나 파주 못지않은 기업도시가 건설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만금은 신재생에너지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2만여 명의 고용효과와 연간 600억 원 이상의 세수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실 MOU(양해각서)가 한둘이 아니고 보면 문제는 진정성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1박2일로 새만금 등을 둘러보기로 했던 삼성그룹의 임원진이 돌연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새만금투자와 연계한 방문으로 비춰질까 부담된다는게 이유다. 이런 허약한 태도로 어떻게 10년 뒤 투자계획을 담보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