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청미래 펴냄. 원제 'Religion for atheists')의 출간에 맞춰 방한해 27일 서울 태평로에서 기자들과 만난 보통은 "한국에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찾아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먼저 전했다.
"한국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좋습니다. (내가)단순한 사람이라 한국 독자들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면 모두 내 친구죠.(웃음) 한국 역사에 대해서 읽으면서 역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한국인들의 용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인기가 있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도 읽었는데 작품 자체도 사랑스럽지만 책에 담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보통이 최근에 탈고한 그의 열 번째 책으로, 영어판출간에 앞서 한국 독자들에게 먼저 소개됐다.
무신론자라고 밝힌 보통은 "완전한 무신론에서 종교를 존중하는 입장으로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한 이 책에서 무신론자일지라도 종교의 여러측면 가운데 세속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종교가 지니고 있는 초자연적인 측면은 믿지 않지만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가령 사찰의 분위기나 종교의식에 관심이 있고 세속적인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허전한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종교는 종교인들에게만 맡겨놓기엔 지나치게 흥미롭습니다."
책 속에서 보통이 "세속사회가 종교에서 훔쳐올 만한 것"으로 꼽은 것들은 교육방식, 예술을 대하는 방법, 공동체를 결집하는 방식 등이다.
특히 그는 종교가 특정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종교는 대단히 체계적인 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종교인으로서 종교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을 수 있어도 가르치는 방식은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세속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친 것이 평생 지속되리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로운 사실들을 가르치지만 종교는 사람들이 잘 잊어버리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반복적으로 가르칩니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것이라고 믿는 세속사회와 달리 종교는 옛 생각 속에서도 진리를 뽑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엄격한 무신론자 가정에서 자란 보통이 종교에 대해 이렇게 '열린' 태도를 갖게된 데에는 바흐의 칸타타나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 그림, 선(禪) 불교의 건축과 같은종교 예술 작품을 접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세속 사회에서는 미(美)와 지(知)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종교에서는 미가 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여깁니다. 종교에서 음악과 미술, 건축 등은 종교적인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하는 수단으로서만 존재합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전 이것이 종교의 바람직한 야심이라고 생각하고 세속사회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이번 방한 일정 중 여러 차례의 강연과 사인회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을 통해서도 한국 독자와 소통할 예정이다.